개인과 공동의 일을
우리의 일로 생각해야
서로 힘이 되면
이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어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여러 가지 시리즈 만화 중 ‘살아남기 시리즈’라는 것이 있다. “정글에서 살아남기”, “로마에서 살아남기”, “우주에서 살아남기”, “바이러스에서 살아남기”, “곤충세계
에서 살아남기”, “화산에서 살아남기”, “방사능에서 살아남기”, “초원에서 살아남기”, “갯벌에서 살아남기” 등 수도없이 많은 상황과 장소에서 살아남기를 재미있게 만화로 그렸다. 아이들은 마치 자기가 그 상황에 빠진 듯 각 각의 상황에 몰두하여 재미있게 책을 본다. 이 책들을 읽으며 아이들은 자신이 그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학습을 하게 될까? 막내 아이에게 물어보니 재미있단다.
우리가 매월 받아보는 월간 건축사에는 통계 자료가 게재된다. 대부분 회원의 현황과 수주량의 변동 등을 올리는데, 언젠가 기재된 전국 건축사들의 1년 수주량 통계를 보고 정말 많이 놀랐었다. 1년에 1건도 수주를 못하는 건축사의 수가 많음에 놀랐고 10건 이내의 수주를 하는 건축사도 그 뒤를 잇고 있음에 또한 그러했다. 언제부터인가 건축사들은 좋아졌다는 말 대신 어렵다는 말을 주로 하게 됐다. 그래서 건축의 의미와 건축의 미를 이야기 하는 것은 사치일까? 그렇지 않길 바란다. 그렇다면, “살아남기”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건축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이 시대를 사는 우리 건축사들에게는 과연 어떤 살아남기가 알맞을까?
이 상황을 살아남기 시리즈로 쓴다면 어떤 것들이 쓰여질까? 혹, 이런 시리즈가 되지 않을지...
“덤핑에서 살아남기”, “무한 책임에서 살아남기”, “불공정에서 살아남기”, “일 없음에서 살아남기”, “기득권 사이에서 살아남기”, “불법 건축물에서 살아남기”, “감리로 살아남기” 등 이런 책
들이 있다면 어떨까? 우린 아이들처럼 재미있게 읽게 될까? 재미있게 읽기엔 무겁고 슬프기까지 하다. 앞으로 쓰여질 건축사 시리즈는 재미있는 살아남기가 되길 바래본다. 지금부터 각자 자신의 “살아남기”시리즈를 써보자. 이 시대를 사는 우리 각자에게는 분명 각자의 살아남기 방법이 있다. 그래서 아직도 이 땅에서 건축사로 살아남아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그것을 공유하는 시도도 해보자. 그 과정에서 스스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또한, 개인의 일과 공동의 일이 별개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라는 생각의 전환도 필요할 것이다. 건축사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은 협회가, 건축사들 개인의 힘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할 때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건축사로서의 살아남기를 잘 하게 되지 않을까? 혼자의 힘으로 안되는 것이 우리 주변엔 너무나 많으며, 그 많은 불공정을 혼자서 싸우고 있는 것 역시 우리의 현실이다. 서로에게 힘이 된다면 함께 살아 이상을 현실로 만들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갖게 되길 바라며, 지금 이 순간도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인 이 땅의 건축사들께 힘내라는 “화이팅!”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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