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나에게 악수를 청해왔다.
손목에서 손을 꺼내는 일이
목에서 얼굴을 꺼내는 일이
생각만큼 순조롭지 않았다.
그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자꾸만 잇몸을 드러내며 웃고 싶어했다.
아직 덩어리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나는 할 수 없이 주먹을 내밀었다.
얼굴 위로 진흙이 줄줄 흘러내렸다.
안희연 시집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중에서. <창비> 2015년 ―
형상을 만드는 일은 대개 두 가지다. 덩어리를 깎는 일과 덧붙여 나가는 일이다. 건축설계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덧붙여 나가는 일은 길을 잃기 쉽고 깎아 나가는 방법은 덩어리만 붙잡고 씨름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둘 다 무엇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직 덩어리인’ 진흙이 그래서 땀을 흘린다. 아직 덩어리이니 땀까지도 진흙이다. <함성호·시인>
함성호 시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