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사’는 ‘전문자격’이 아닌 ‘기술자격’

공공적 성격의 대규모 사업 설계와 감리에 대해 기술사가 참여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전문자격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은 이와 같은 내용으로 ‘기술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6월 11일 발의했다. 발의된 주요내용은 공공기관 또는 대기업에서 발주하는 사업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종류 및 규모의 설계 및 감리에 대해 기술사가 참여해 최종 서명날인토록 하는 것이다. 서 의원은 법안에 대해 기술과 안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고 이공계 활성화를 유도할 것이라고 제안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08년 제18대 국회에서 같은 내용으로 법안이 발의됐으나 임기완료 폐기됐고, ’12년 9월 제19대 국회에서 발의됐을 때에는 국토부 반대로 인해 통과되지 못한 바 있다.

한편 기술자격인 기술사에게 고유업무를 설정하겠다는 내용의 이번 개정안은 건축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건축사, 변리사, 공인회계사 등과 같은 전문자격은 특정 직종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의 습득 정도를 증명하는 면허적 성격을 지닌 자격으로 정부가 다양한 규제를 부과하고 있다. 반면 기술사 등의 기술자격은 산업과 관련이 있는 기술·기능 및 서비스 분야에 있어 개인의 재능, 전문성을 인정하는 자격으로 전문자격과 기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자격에는 기능별, 내용별, 시행주체별 세 유형으로 나뉜다. 기능별로는 자격이 없으면 해당 업무에 종사할 수 없는 업무독점형과 일정한 기능과 지식을 소유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능력인정형이 있다. 내용별로는 특정 직종의 직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의 습득 정도를 증명하는 전문자격과 여러 직종에 걸쳐 직무수행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의 습득 정도를 증명하는 일반자격으로 나뉜다. 마지막으로 시행주체별로는 국가가 신설하여 관리하고 운영하는 국가자격과 국가 외의 법인, 단체 또는 개인이 신설하여 관리․운영하는 민간자격이 있다.

건축사․변리사․공인회계사 등의 자격은 세가지 유형별로 볼 때 기능별로는 면허를 가지는 업무독점형, 내용별로는 전문자격, 시행주체별로는 국가자격에 해당된다. 이들은 전문가 가운데 정부 등 특정 기관이 부여한 자격을 갖춘 사람으로 ‘전문자격사’라 불린다.

이러한 전문자격에는 다양한 형태의 규제가 부과된다. 먼저 배타적 업무영역이 보장된다. 정부가 면허 소지자에게만 특정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건축사는 건축사법 제4조(설계 또는 공사감리 등), 변리사는 변리사법 제21조(변리사가 아닌 자의 변리사 업무금지), 공인회계사는 공인회계사법 제50조(업무의 제한)에서 배타적 업무 영역을 보장하고 있다. 또 다른 규제로 자격요건(qualification)에 대한 규제로서, 특정 교육․실습․자격시험 등의 조건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사업자단체에 대한 가입의무, 지역별 사업자 수의 제한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기술사의 경우 전문자격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면허가 아닌 인증형으로 인증 없이도 업무가 가능하며, 각종 규제도 부과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문자격과 같이 고유업무를 설정해 책임과 의무를 주는 것은 이치에 맞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건축계의 한 관계자는 “기술자격인 기술사에게 전문자격과 같이 고유업무를 설정하는 것은 두 자격분야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형평성에 어긋난다. 또한 건축법 및 건축사법에서 건축사와 관계전문기술자와의 관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어, 기술사에게 배타적 권리를 주는 기술사법 개정안 내용은 법체계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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