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협회 국회 국토교통위 의원들에게 공문 보내 “개정 절대 반대”



‘사후설계 관리’와 ‘감리자 지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건축법 일부개정안’이 또다시 유보됐다. 이번 유보로 인해 소규모건축물 감리제도 개선은 2년 넘게 표류하게 됐다.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 6월 17일 회의를 개최하고 ‘건축법 일부개정안’ 심사결과 유보 결정을 내렸다. 지난 2013년 2월과 2014년 4월 이어 3번째 유보다.
■대한건축사협회는 어떻게 노력했나?
대한건축사협회(이하 사협회)는 지난해 한국건축가협회(이하 가협회)와의 합의 후 발 빠른 행보를 이어갔다.
내부적으로 감리제도 개선 간담회를 4차에 걸쳐 개최했으며, 전국 17개 시도건축사회 회장단 회의, 입법지원위원회 회의 등을 개최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여러 차례 열린 내부 회의에서는 가협회와 합의한 대로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하기로 논의가 됐다. 이와 함께 감리제도 개선을 위한 설명 자료집도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다.
외부로는 의원설명, 국회사무처 등을 찾아가 입법취지를 밝혔으며, 국토부와의 의견조율 등을 위해 세종시를 수차례 방문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한국건축가협회는?
가협회는 지난해 합의 후 대한건축사협회, 대한건축학회와 국토부 회의 참석한 뒤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대신 이번 유보의 배경에는 가협회의 움직임이 있었다. 가협회는 법안심사소위가 있기 이틀 전인 6월 15일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공문으로 보내고, “소규모 건축물에 대한 설계‧감리분리 법안만의 단독 개정에 절대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가협회는 “본 법안은 사협회와 작성한 합의서의 내용과 다르므로 합의한 내용이 아니다. 이번 주에 심사하는 법안에 대하여 본 협회는 합의한 바가 없으며, 그 내용이 다르다”며, “건축계의 5단체 중 4단체, 즉 한국건축가협회, 새건축사협의회, 한국여성건축가협회, 대한건축학회가 반대하는 법안을 심사하기 전에 공청회를 열어 업계의 목소리를 들어보시길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기 법령의 개정을 위해서는 건축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공청회와 더불어, 한국건축가협회, 대한건축사협회, 새건축사협의회의 건축설계 관련 3단체 간의 의견조율이 대단히 중요하다. 관련 단체 간의 의견조율이 되지 않은 불완전한 법령의 개정으로 인해 대한민국 건축계를 분열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고 공문을 보냈다.
■기존 개정안과 합의내용의 차이는?
과연 가협회 주장대로 합의한 내용이 다른 것일까. 2012년 김태흠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의 내용에는 ‘설계자의 설계의도 구현’과 ‘감리자 지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고, 얼마 전 법안심사소위에도 이 원안이 상정됐다. 설계자의 설계의도 구현은 ‘사후설계 관리’와 같은 내용이다. 지난 해 8월 29일 사협회와 가협회의 합의한 내용은 ‘사후설계관리 신설’과 ‘감리자 지정방법 변경’이었다. ‘사후설계관리 신설’은 사후설계관리 정의를 신설하고, 건축주는 설계자로 하여금 사후설계관리를 하도록 조치하며, 주택법, 건설기술진흥법에 의한 공사, 공공건축의 공사에 설계자가 사후설계관리를 할 수 있도록 건축법을 개정하도록 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감리자 지정방법 변경’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에 대해 허가권자가 건축사를 감리자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여기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이란 연면적 661㎡이하 주거용 건축물 또는 495㎡이하 주거용 외의 건축물이다. 두 단체는 두 개의 내용이 동시에 추진하는 경우에 대해서만 합의서가 유효하다고 합의했다. 개정안 원안과 합의한 내용의 차이점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신뢰가 깨진 건축계
가협회는 법안심사소위에서 ‘사후설계관리 신설’과 ‘감리자 지정방법 변경’ 두 개가 함께 통과되지 못할 수 있다고 판단, 국토교통위 위원들에게 공문을 보내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토부가 사후설계관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던 점을 가협회가 우려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사협회는 지난 해 8월 가협회와의 합의서 작성 후 국회사무처 등을 찾아 합의안의 입법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국토부 관계자들을 만나 지속적으로 논의를 추진했다. 그러나 가협회는 합의서 이후 공동으로 노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노력없이 방관만 하고 있었다는 것이 건축관계자의 지적이다. 한 건축계 관계자는 “지난 해 8월 두 단체 간의 합의 후 사협회만 합의안의 국회통과를 위해 노력한 듯하다”며, “가협회는 합의를 해놓고도 이런 식의 공문을 통한 반대로 일관하고 있다. 당초부터 소규모건축물 설계‧감리 개선에 대해 부정적 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번 국회 법안심사소위의 유보를 통해 건축계 내부의 신뢰가 무너졌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지난 해 사협회와 가협회가 만나 합의한 부분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공동으로 노력해야한다는 의견을 공유했음에도 가협회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협회 관계자는 “합의는 분명 두 단체 간의 약속이었다. 그 합의를 위해 가협회는 어떠한 노력을 했는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가.”고 말했다.
■‘감리제도 개선’ 계속된다
사협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끝내 건축법 개정안이 유보됐지만, 협회는 지속적으로 ‘소규모건축물 감리제도 개선’ '사후설계 관리'를 위해 고삐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건축물의 안전 확보를 위해서는 감리제도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협회 관계자는 “협회의 노력으로 그래도 여기까지 왔다. 비록 이번에도 유보가 됐지만, 감리제도 개선을 위해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건축물의 안전과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설계와 감리는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