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함께 12월의 첫 날이 열리더니 보름이 지나도록 매서운 추위가 계속되고 있다. 내복을 껴입고 목도리를 칭칭 둘러도 손가락, 발가락 끝은 남의 살처럼 아리다. 강풍이 불고 길은 얼고, 땅콩리턴이니 엽기살인이니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는 내년도 경기전망까지 들려오는 뉴스도 체감온도를 끌어내리고 있다. 추위에 덜덜 떨면서 지난 한 해를 돌아보니 1년 내내 추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두가 힘들고 편안치 못한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올해는 유난히도 안전사고가 많았다. 2월에 발생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를 시작으로, 4월엔 세월호 침몰사고가, 5월에는 고양터미널 화재와 지하철 상왕십리역 추돌사고, 10월 판교 야외공연장 덮개 붕괴사고, 최근에는 제2롯데월드 지하 아쿠아리움에 누수가 발생하는 등 끊임없이 안전사고가 이어졌다. 대한민국호 전체가 침몰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고,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총론에는 여도 야도 이견이 없다.

안전사고를 막으려는 노력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재난 및 사고에 대응과 수습체계 마련하기 위해서 국민안전처를 새로 출범시키고 2015년 안전예산을 2014년에 비해 17.9% 늘어난 14조6000억원 투입하기로 했다. ‘안전한 대한민국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정책토론회가 열리기도 하고, 여러 단체들이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가 바뀌고 처벌규정이 강화되어도 안전사고가 완전히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지금까지 일어난 안전사고들이 법이나 안전수칙이 없어서 일어난 사고가 아니고 있어도 지키지 않아서 일어난 사고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법대로 하면 손해 본다’, ‘규정을 지키면 바보다’라는 말을 흔히 듣는다. 부와 권력을 지닌 사람들은 거리낌 없이 규칙을 어기고, 크게 법을 어겨도 처벌받지 않고 쉽게 용서 받는 모습을 수없이 봐왔다. ‘경제의 효율성’이라는 이유로 원칙이 무시되고 편법이 통하는 사례도 흔히 만났다.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이러한 관행과 사고방식이 변하지 않는 한, 아무리 좋은 제도가 만들어지고 안전 담당 부처가 새로 생겨도 안전사고는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

가볍고 뿌듯한 마음으로 2014년을 보내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러하기에 끔찍한 안전사고 소식만은 듣지 않게 되는 새해가 오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우리 삶의 공간을 안전하고 쾌적하게 만드는 일의 일차 담당자인 건축사와 건축업계 종사자들 모두, 편법을 강요받지 않고 안전 우선의 원칙을 지킬 수 있는 2015년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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