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6일 대한건축사협회는 매일경제 등 경제일간지에 성명서를 내고 건설사 설계겸업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했다. 일본의 독도문제 망언처럼,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설계겸업을 재론하는 건설사들은 ‘아홉 개 가진 사람이 한 개 가진 사람의 것을 빼앗으려는 것’과 같은 행위처럼 보인다. 이는 정부의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동반 성장을 장려하는 골목상권 보호정책에 위배되는 행위와 다름없기도 하다.
설계와 시공은 엄연히 다른 전문 업역이다. 건설업이 단순히 등록기준(자본, 직원, 시설 등)을 갖추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무자격 직종인데 반해, 건축설계업은 전문성을 갖춰야 자격이 주어지는 전문가업이다. 국가에서 전문분야 지식을 갖춘 자에게 자격을 주는 건축사의 영역이 고유하게 보호되지 않는다면 건축사 자격증 제도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건설사들은 건축사들을 직원으로 고용해 건축사의 업무를 단순히 법적인 체크와 인허가만 담당하는 단순기술영역으로 전락시키고자 하는 거대공룡들이다. 자신들의 입맛대로 설계하여 설계를 시공에 용이하게 마음대로 주물럭거리고 싶어 하는 건설사들의 저변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의 보호의식이 있기나 할까? 설계와 시공을 일괄계약하는 방식인 턴키제도에서 우리는 이미 그 문제점을 인식한 바 있다. 건설사와 연계해 설계하는 과정에서 결국 설계는 건설사의 최대 이익을 보장하는 부산물일 뿐이다.
건설사들이여, 지난 2009년 국가경쟁력강화윈원회가 규제개혁핵심과제에서 ‘건설업체 설계업 진입규제’를 개선완료로 종결 처리한 사안인 것을 왜 자꾸 까먹는 것인가? 건설산업과 건축사업역은 각각의 고유성이 존중되어야 하는 전문분야이며 상호견제와 협력을 통해야만이 오히려 상생할 수 있으리라 본다. 선진외국에서도 설계와 시공은 다른 전문업역으로 보고, 건축사의 전문성과 업역을 인정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하여 설계겸업의 재론은 더 이상 하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건축설계시장이 붕괴되고, 건축설계가 하청으로 전락하는 일이 없도록, 거대 자본을 가진 회사에서 건축사를 고용하여 설계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범 국민적 운동에 모든 건축사들이 열과 성을 다해 다같이 참여해야 할 것 같다. 더 이상 우리의 영역에 누구나 들어 와도 된다는 생각을 할 수 없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