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단체들 성명서 발표…대한건축사협회 “전문 자격 근간 무너진다”

▲ ‘건설사 설계겸업’ 문제가 여전히 나아질 기미가 안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한건축사협회 등 건축단체들의 반발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7년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있었던 건설사 설계겸업 저지를 위한 ‘전국건축사궐기대회’ 모습. ⓒ손석원 기자

또 다시 고개 드는 건설업체 설계겸업 움직임
 

지난 2005년 규제개혁기획단의 ‘건설산업 규제합리화 제도 개선’을 통해 시작된 ‘건설사 설계겸업’이 9년이 지난 지금도 나아질 기미가 안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건축사협회 등 건축단체들은 강력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대한건축사협회는 지난 11월 26일 매일경제 등 경제일간지에 성명서를 내고, 건설사 설계겸업을 강력하게 대처하기로 했다. 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규제개혁’이라는 명분으로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아파트 등 분양건축물 설계를 건설업체에 맡기려는 정부의 시도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협회는 건설사의 설계겸업은 ▲건축물의 안전시스템 붕괴 ▲중소기업 말살정책 ▲국가자격제도의 근간 소멸 등으로 보고, 건설업체의 설계업 진입규제 완화가 철회되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현행법을 살펴보면, 건축사법 제23조8항에는 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하지 않고도 ▲엔지니어링사업자 소속 건축사가 수행하는 특수건축물과 ▲건설업자 소속 건축사가 수행하는 건설업자 또는 계열회사의 분양목적 외의 업무시설에 대해 설계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건축사법 제23조8항에는 건축사자격 없이 건축사와 공동으로 설립하고 건축사 20명이상을 채용하는 경우 법인건축사사무소 개설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형태의 법인건축사사무소는 10만㎡이상 건축물과 공공발주 턴키공사에만 참여할 수 있다. 아직까지 이 같은 대형법인건축사사무소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계열사 수 증가와 고용부담 등을 이유로 건설업체가 건축사사무소 설립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대신 자회사 또는 하도급으로 운영 중인데,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건설의 (주)현대종합설계건축사사무소, 포스코건설의 포스코에이앤씨건축사사무소이다.

건설업계의 주장을 살펴보면, 다소 모순된 점을 찾을 수 있다. 먼저 자격을 갖춘 건축사가 설계업무를 수행한다면, 법인의 대표자가 반드시 건축사 자격을 보유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수십 년 간 시행해오던 건축사 자격제도와 반하게 된다. 즉 건축물의 인허가를 담당하고 있는 건축사의 날인은 모든 법적인 책임을 의미하고 있는데, 만약 사고발생하게 되면, 무자격자인 법인대표가 책임을 져야하는지, 담당건축사가 책임을 져야하는지 문제가 생기게 된다.

다음으로 설계‧시공의 분리에 따른 시공 상 비효율을 야기하고 건축설계업계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한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건축물이 완성되기까지 설계, 시공, 감리가 서로 협력과 견제 기능관계에서 지어져야 건축물의 안전이 확보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몇몇 건축물 안전사고를 통해 건설업체의 주장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지난 2005년 일본열도가 발칵 뒤집어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일본 내진강도 조작사건’으로 당시 건축물 시공을 맡은 기무라건설이 건축사에게 철근을 줄이도록 강요한 사건이었다. 일본 지바현 시로이시의 역 앞 광장에 세워진 10층짜리 이 아파트는 도색까지 마쳤으나, 입주자를 받지 못하고 끝내 철거당하게 된다. 국내에서는 2008년 ‘이천 냉동창고 건축현장 화재사건’이 있는데, 이 사건은 설계‧시공‧감리가 모두 같은 계열회사에서 진행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한편 건설사의 설계겸업이 가능한 배경에는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도 한 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2008년 건축기본법 시행에 따른 대통령자문 ‘국가건축정책위원회’ 발족과 올 6월부터 시행한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 제정’ 등 건축설계 분야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면서 다른 법으로 무자격자‧건설업체가 건축설계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토교통부, 규제개혁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기획재정부 등에서 건설업체의 건축설계 허용여부를 검토 중으로, 건축계는 보다 일관성 있는 건축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9년 당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규제개혁 핵심과제에서 ‘건설업체 설계업 진입규제’를 개선완료로 종결 처리했으나 이후 정권 교체로 인해 재논의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건축계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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