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열 번에 걸친 실무협의를 끝에 대한건축사협회와 한국건축가협회가 감리제도 개선과 관련한 합의를 이끌어 내고, 지난 8월 29일 양측 회장이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로써 대한건축사협회가 햇수로는 3년 전부터 추진했으나 무산됐던 감리제도 개선을 위한 건축법 개정안의 입법 발의가 다시 추진될 실마리를 열게 되었다.

감리제도 개선은 국토교통부 개최 ‘감리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에 전국의 건축사회원 2,200여명이 참석할 만큼 협회 건축사 회원들이 초유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안이다.

소규모 건축물의 설계와 감리를 분리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로 건축업계의 의견이 서로 갈렸는데 이것은 밖에서 보는 것처럼 단순한 밥그릇 싸움은 아니었다. 부실시공 위험에 노출된 소규모 건축물을 제대로 짓기 위해 설계와 감리를 분리할 경우 설계자의 원안 의도 구현이 어려워, 양질의 디자인으로 예술성을 갖춘 나머지 건축물의 질적 담보가 어렵다는 것도 일리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건축사들이 양질의 설계와 감리를 자신의 이름을 걸고 수행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안 돼 있다. 감리업체 선정권한이 건축주에게 있어 건축주는 얼마든지 자기가 설계를 맡긴 건축사에게 감리를 맡기고 편법개조를 지휘할 수 있었다. “원룸의 99%는 불법이다”라는 말이 통설일 정도로 부실시공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2010년∼2013년 6월 사이 우리나라 민간건축물 허가건수 중 비상주 감리 대상 현장은 모두 56만2567건으로 전체의 97.8%를 차지한다. 현행 비상주 감리 대상 현장은 바닥면적 5,000㎡ 미만, 5층 미만 3,000㎡ 미만 건축물이다. 이 중 단독주택이 전체의 41.3%를 차지한다. 이들 단독주택이 원룸 쪽방으로 불법 개조되고, 이보다 큰 4층 규모의 건물은 편법으로 창고와 주차장을 개조해 원룸을 만들고, 불법 증축까지 감행하며 가구 수를 늘리는 일이 벌어진다. 매년 건설되는 건축물의 97% 이상이 부실시공, 불법 개조의 위험에 노출된 셈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설계와 감리를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가진다.

이제 ‘사후설계관리’를 신설한 새로운 개선안이 하루빨리 국회에서 통과되어 국민 대다수가 생활하는 소규모 건축물의 안전이 보다 철저하게 관리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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