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두 달이 가까워 온다. 여전히 차가운 바다 속에 묻혀 있는 실종자가 남아있고, 정확한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요원한 가운데 온 국민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 사고가 몇 차례 더 일어났다.

지난달 28일 오전 10시 51분쯤 서울 지하철 3호선 매봉역을 출발해 도곡역으로 진입하던 3339호 전동차 안에 미리 준비한 시너를 뿌리고 불을 지른 방화가 있었다. 다행히 같은 전동차 안에 우연히 탑승해 다른 역으로 업무를 보러 가던 역무원과 승객들이 소화기를 이용해 진화하면서 불은 별다른 인명피해 없이 꺼졌다.

같은 날 전남 장성 효실천사랑나눔 요양병원에서는 역시 방화로 불이 나서 21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4분 만에 소방차가 출동하고 2분 만에 불길을 잡았는데도 사망자의 숫자는 어마어마했다. 해당 병원은 소화기 11개 중 8개를 잠긴 캐비닛 안에 보관하고 한쪽 비상구를 자물쇠로 잠가 두었는데도 매달 소방점검에서 합격 판정을 받았고, 의료기관평가에서 인증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 이틀 전인 5월 26일에는 고양터미널에서 발생한 화재로 8명이 사망하고 110명이 부상을 입었다. 특히 발화지점은 지하 1층이었지만 정작 인명피해는 지상에서 대거 발생해 건물과 방재시설에 하자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 시공사, 발주사, 건물주 측 시설관리인 등을 전방위 경찰조사가 진행되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건축사사협회에서 5월 20일 ‘건축물 안전 다짐 결의대회’를 한 직후에 일어난 사고들이다. 사고가 한 번 날 때마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제도에서부터 관리나 실행에 이르기까지 안전에 대해서는 미흡하고 소홀한 부분이 하나 둘이 아니다. 나 혼자 조심하고 철저히 원칙을 지킨다고 사고가 막아질 것 같지도 않다.

그러나 건축물의 안전에 관해 건축사들에게 요구되는 책임은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에 대한 그것보다 크고 엄중하다. 제도나 법규가 더 철저하고 합리적으로 개선되기 전에, 설계도 작성이나 공사감리 등을 진행할 때 안전에 대한 철저한 고민과 감리가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협회에서도 안전 관련된 교육을 통해 건축사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사고는 사전에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 아름답고 편안한 공간을 만드는 것 이상으로 안전한 공간을 만드는 일 또한 건축사의 중요한 임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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