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숙 건사(사진=건축사사무소 시드)
이현숙 건사(사진=건축사사무소 시드)

지난여름 아이들과 바다에 갔다. 바다에서 놀고 있는데 구조요원이 호루라기를 불면서 왔다. 해수욕장으로 표시된 구역 외에서는 물놀이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릎 높이의 얕은 바다에서 말이다. 바야흐로 안전의 시대이다. 안전이라는 말이 모든 가치에 우선하고 있다. 우리가 겪어온 사회적 재난이라고 할 만한 일련의 사건들이 우리를 이렇게 안전의 시대로 내몰고 있다.

아이를 키우려면 조금은 위험하게 키우라는 얘기가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생채기가 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습이다. 

학교에 가면 창문에 스텐봉이 가로질러 설치되어 있다. ‘학교시설 안전관리기준’에 의하여 창대높이가 1.2m 이하일 때는 안전시설을 설치하여야 한다. 창대높이가 1.2m 이상 이거나 안전바를 설치해야 하는 것이다. 그 결과 책상에 앉으면 창밖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안전을 얘기하면서 학교를 감옥으로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교육은 아이들을 어른으로 키워내는 과정인데 안전의 품 안에 가둬두려 한다면 어떻게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품 안에서 자란 아이들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미래의 세상에서 과연 안전할 수 있을까? 건설현장은 재난사고 발생의 대표적 현장이다. 사고가 날 때마다 건축법은 새로운 규정과 제한을 만들어 간다.

대표적으로 2020년 시행된 ‘건축물관리법’ 제30조 건축물 해체의 허가의 규정을 볼 수 있다. 이제 건축물을 해체하려면 계획서를 만들고 심의와 허가, 착공과 준공까지 신축에 못지않은 절차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건축법 시행령’ 제32조 구조안전의 확인규정에 의하여 2017년 이후 단독주택까지 내진기준이 적용된 구조안전을 확인하고 있다. 그 결과 대부분의 건축물이 지진 발생 시에도 안심할 수 있도록 확인된 건축물로 지어지고 있다. 그러나 또한 그 부수적인 효과로서 콘크리트 등 내진을 확인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제외하고 전통적인 조적이나, 새로운 재료를 선택하여 주택을 짓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과연 모든 주택이 콘크리트를 쏟아부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일까 더구나 콘크리트는 이산화탄소의 주요 발생원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 시대에 말이다.

‘건축법 시행령’ 제40조에 따르면 ‘옥상 또는 2층이상 노대에는 1.2m의 난간을 설치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 난간 규정은 노이로제처럼 모든 공간에 적용되고 있다. 주택의 울타리도 단차가 있으면 1.2m로 설치하여야 한다. 단독주택의 울타리 정도는 사는 사람 마음대로 결정해도 되는 것 아닐까?

안전을 무시하자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사회의 안전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때는 같이 고려하여할 다른 사항들도 있다. 바로 안전규정을 실현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의 문제이다. 그 사회적 비용은 바로 환경의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의 GDP 대비 건설투자 비율은 18.4%라고 하며 건축은 그 비율만큼 환경적인 책임이 따른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안전을 규제하는 방식도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안전규정을 만들되 법으로 강제하기 이전에 인센티브를 주어 규정을 따를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단독주택처럼 임대나 분양의 목적이 아닌 경우에는 다양한 선택의 가능성도 열어줘도 되지 않을까?

해수욕장에 가두리를 치고 안전요원을 배치하는 것이 안전을 이행하는 공공의 책임일 수는 있다. 하지만 펼쳐진 자연의 바다에 몸을 담그는 것조차 금지하는 것이 안전의 이행인지는 의심스럽다. 스스로 자신의 바다를 선택하고 그 바다를 여행하고 위험까지 감수하는 것이 결국 ‘삶’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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