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KIRA 신입회원 인터뷰 – 김진섭 건축사(충청북도건축사회)
건축사 위상 강화 위해 협회가 앞장서주길
미래 건축, AI와 공존해야…건축사는 본질적 문제에 집중
“저는 ‘하다 보면 안 될 수도 있지만 되지 않는다고 하지 않으면, 인생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는 말을 좋아합니다. 책에서 읽었던 이 문장이 저에게 자신감을 주었고 지금의 제가 있게 되었습니다.”
‘디자인빌드’를 비전으로, 자신만의 설계와 시공을 함께 만들어가려는 김진섭 건축사(바토야 건축사사무소, 충청북도건축사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건축사사무소 개소 소감과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학창 시절부터 검도를 했고, 처음 대학도 검도 전공으로 입학했습니다. 운동 중 부상으로 미래 고민을 하다 건축으로 전공을 전환했습니다. 이후 일본에서 교환학생으로 시간을 보냈는데, 그곳에서 주말마다 건축 여행을 다녔습니다. 지도교수님과 같이 답사를 하면서 좋은 건축에 관한 조언을 들었습니다. 돈을 쫓거나 유명해지기보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따뜻한 건축을 하라는 말이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건축사를 꿈꿨지만, 졸업 후 건설회사에 취업을 했습니다. 국내 저명한 아키텍트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다시 건축사를 꿈꿨고, 몇 년간의 준비 끝에 건축사 자격시험에 합격했습니다. 건축사 자격을 취득한 후에도 회사에서 시공, CM 등의 업무를 이어오며 바토야 건축사사무소 개소를 준비했습니다.
Q. 건축사로서 어떤 꿈과 비전이 있는지, 건축사협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설계, 시공, 구조 등 현재 건축 산업은 상당히 분업돼 있습니다. 그럼에도 건축사는 설계와 시공, 그리고 구조 등 전반적으로 모든 것들에 상당한 지식을 필요로 합니다. 지구상에 지어지는 건축물은 중력의 법칙을 거스를 수 없습니다. 중력을 거스른 디자인이 무게를 지탱하지 못한다면 붕괴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짓는 건물은 안전해야 합니다. 건물의 안정성을 위해 우리는 구조에 대한 지식도 쌓아야 하며, 현재의 법규를 만족시키면서 시공성과 경제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저는 설계, 시공, CM, 구조 등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제 꿈을 펼쳐나가려고 합니다. 전부터 설계와 시공은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훌륭한 건축사이지만, 건물을 짓지 않는 건축사는 살짝 아쉬움이 남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 ‘디자인빌드’를 비전으로, 저만의 작품을 위한 설계와 시공을 함께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건축은 인간에게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우리와 함께 해 왔습니다. 우리 인간을 지켜주기 위한 주택으로, 신을 숭배하기 위한 종교로서, 경제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일터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시설들로 우리 곁에 있었고, 앞으로도 함께 할 것입니다. 이러한 건축이 모여 거리를 만들고 도시를 만듭니다. 거꾸로 얘기하면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작은 건축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해야 합니다. 이러한 것들에 시작부터 끝까지 가장 정성을 기울이는 사람이 바로 건축사입니다. 다만, 그에 비해 건축사의 사회적 위상이 다소 낮다고 생각합니다. 건축사 개인의 노력도 있지만, 건축사를 대표하는 건축사협회에서 건축사의 위상 강화를 위해 앞장서주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Q. 업계에 몸담으면서 느낀 애로사항, 업무 시 불편사항 등 제도적 개선점을 제시한다면?
건축 업계는 공급과 수요의 원칙에 따라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제가 강의하고 있는 대학에서도 건축학과는 점점 비인기학과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건물을 짓는 수요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어려움은 어찌하기가 힘들다 하더라도, 제도적인 부분은 우리 스스로 고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타 건축사사무소와 ㎡당 설계비를 비교해 깎아달라거나, 자금이 없다며 설계·감리 비용을 깎으려 들면서 건축시공과 인테리어시공을 하면서 고급자재에 비용을 아끼지 않는 건축주를 여러 번 봤습니다.
비용뿐 아니라, 건축법규나 건축지식 없이 완성된 도면의 일면만 보고 훈수를 두거나, 재료나 창문 위치를 바꾸는 것과 같은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부 시공 작업자들은 오래전부터 하던 방식이 안전하고 더 경제적인 것 마냥 현재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시공을 신뢰하기도 합니다. 많은 책임이 건축사에게 돌아오지만 그 대가는 최저이며, 건축사들끼리 가격 경쟁을 해야 한다는 현실입니다.
건물을 짓는 수요가 줄어드는 어려움은 어찌할 수 없더라도, 건축과 관련해 우리가 바꿀 수 있는 부분은 스스로 고쳐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건축사의 업무인 설계, 인허가, 감리 업무 또한 의사의 진단서나 구조기술사의 계산서처럼 상당한 무게감을 실어주어야 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선·후배 등 동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근 AI의 발전으로 모든 업계가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건축도 물론 마찬가지입니다. 법규검토부터 디자인, 심지어는 수량산출 및 공사비까지 모든 것이 AI로 가능한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와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어떻게 미래를 준비를 해야 할까요?
저는 대학 강의에서 AI를 적극 활용하라고 권합니다. 미래 건축은 AI와 공존해야 하며, 건축사는 좀 더 본질적인 문제에 집중해야 합니다. 미래에도 건축도 사람과 삶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일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공사를 하면서도 최적의 대안을 위해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고쳐나가야 합니다. 저는 인간의 감각, 사회와의 관계, 수많은 경험에서 나오는 직관을 가진 건축사가 AI보다 월등히 앞설 것이라 생각합니다. AI가 정보를 축척하듯이 건축사도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네트워크를 공유해가며 함께 발전해가야 합니다. 미래에는 건축사가 해야 할 분야가 더욱 다양해질 것이고, 건축사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건축사 모두를 응원하며, 우리들의 빛나는 앞날을 기대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