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 상호협력과 더불어 상생 통해 위기극복해야

“지방·지역 건축사들 상당수는 어려운 현실을 맞고 있는 실정입니다. 건축경기가 빨리 좋아져 모두가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며, 지역 선후배 건축사들 사이에서 가교의 역할을 충실히 해 함께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기대합니다.” 5년 전 귀향을 택해 이제는 지역의 공간, 또 도시구조를 변모하는 지역 건축 전문가로 거듭나고 있는 신동기 건축사(종합건축사사무소 지간)는 어려운 시기, 건축사 모두가 함께 위기를 극복하는 저력을 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인터뷰를 통해 그의 비전과 목표를 들어 보았다. 

신동기 건축사. (사진=종합건축사사무소 지간)
신동기 건축사. (사진=종합건축사사무소 지간)

Q. 건축사사무소 개소 소감과 개소에 따른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소개를 부탁합니다. 
서울에 있는 대형 건축사사무소에서 14년간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빠른 업무처리와 경쟁 속에서 건축의 기술과 논리를 배웠죠. 그러다 어느 날 “이렇게 설계된 도시에서 사람들이 정말 잘 살고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됐습니다. 고민 끝에 고향인 충남으로 돌아오게 됐고, 천안을 기반으로 다시 시작한 지 5년, 개소 후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첫 프로젝트였던 마을회관 개보수에서 어르신들의 불편함을 직접 듣고 설계를 조정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완공 후 어르신들이 “이제 이곳에서 모이는 게 즐겁다”라고 해주셔서 ‘도면 밖의 건축’에 대한 전정한 의미를 알게 됐다고 할까요? 시사점이 있었습니다. 사무소명인 ‘지간(地間)’은 사람과 사람 사이, 땅과 땅 사이를 잇는 공간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간은 지역과 함께하는 ‘지역의 멀티플레이어 건축사사무소’를 지향합니다. 

Q. 건축사로서 어떤 꿈과 비전이 있는지, 또 입회 후 건축사협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특별한 꿈은 아니지만 ‘지역건축사로, 지역에 의한, 지역을 위한 건축’을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역의 삶과 문화가 담긴 건축이야말로 진정한 공공을 위한, 시민을 위한 건축이라고 할 것입니다. 서울이라는 기준이 아니라 지역의 기후와 재료, 사람들의 생활을 반영한 로컬 스펙(Local Spec) 기반의 설계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설계공모 제도 간 지역가점제 활성화와 제도 정착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가점제가 누군가를 우대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참여의 출발선을 공정하게 만드는 제도로 기능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입니다. 지역팀의 진입 문턱을 낮추고, 참여 경험이 쌓이도록 운영해야 하고, 평가과정에서도 단순히 디자인 완성도만 볼 것이 아니라 현장 적용성·운영 계획·지역 협력성을 함께 평가해야 합니다. 물론 심사결과 공개와 피드백 제공, 지역 심사위원 비율 확대 또한 필요합니다. 참여가 늘면 실력이 쌓이고, 그 실력이 다시 지역건축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서산시 시청사 건립사업 설계공모 제출안 (사진=종합건축사사무소 지간)
서산시 시청사 건립사업 설계공모 제출안 (사진=종합건축사사무소 지간)

Q. 실제 업계에 몸담으면서 느낀 애로사항이나 건축사 업무 시 불편사항 등 제도적 개선점을 제시한다면?
현장에서 가장 어렵게 다가오는 점은 2억 원 미만 소규모 입찰·설계공모의 비현실성입니다. 이 구간대의 공모 서류의 양은 대형 프로젝트와 비슷하지만 설계비는 턱없이 낮습니다. CG·모형·보고서 제작비는 과도하고, 인건비조차 충당되지 않습니다. 지역은 협력업체와 인력풀도 부족해 선투자 부담이 더욱 큰데, 결국 ‘참여 자체가 손해’인 상황이 반복됩니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참여 확대를 위한 제도적 보정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좋은 사례가 제주특별자치도입니다. 제주도는 30% 지역가점제를 도입한 이후, 지역 건축사무소의 설계공모 참여율과 당선율이 동반 상승했습니다. 이런 모델을 전국적으로 확산시켜야 합니다.  지자체와 공공건축가와의 협력을 통해 더불어 상생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지역건축사들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선·후배 동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이 있을까요?
무엇보다 지역의 건축경기가 활성화되고, 지역경제가 함께 살아날 수 있도록 건축사들이 협력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이루길 바랍니다. 설계와 시공, 공공과 민간, 선·후배가 서로를 돕는 협업의 문화가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지역이 건강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건축의 길을 열어준 선배 건축사분들에게 감사드리고, 동료들에게는 ‘함께라면 버틸 수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후배들에게도 어렵지만 같이 가자라는 말로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지역건축사가 살아남아야 지역의 공간도 숨을 쉬고, 살아갈 동력을 얻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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