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목재 도장재 시장에서는 보다 친환경적이고 유지관리가 쉬운 대안을 찾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목받고 있는 도장 기술 중 하나가 바로 ‘규화처리(Silicization)’이다. 규화 처리를 통해 목재는 도장 없이도 외부 환경에 대한 저항성을 가지게 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고 균일한 은회색으로 발색되는 특성을 지니게 된다.

문산읍 주민자치센터, 준공 후 2년 7개월 경과된 모습. (사진=이재혁 건축사)
문산읍 주민자치센터, 준공 후 2년 7개월 경과된 모습. (사진=이재혁 건축사)

규화란 무엇인가?
‘규화(硅化, Silicization)’는 원래 자연 상태에서 나무가 오랜 세월에 걸쳐 이산화규소(SiO₂, 실리카)로 변해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자연 규화목(Silicified 또는 Petrified Wood)은 수천 만 년 전의 나무가 매몰된 후, 지하수에 포함된 규산염 성분이 목질 세포조직을 치환함으로써 생성된 광물화된 목재를 말한다. 한마디로 나무가 돌처럼 변한 것으로, 내구성·방수성·불연성 등 모든 특성이 극대화된 상태이다.

반면, 건축 자재로 활용되는 인공 규화목(Silicized Wood)은 이산화규소 기반 규화액을 목재에 침투시켜 화학적 반응을 유도함으로써 내후성, 내수성, 난연성을 향상한 기술 제품이다. 표면처리 또는 가압침투 방식으로 처리된 규화목은 수십 년간 부패하거나 변형되지 않으며, 불에 잘 타지 않아 최근 외장재 시장에서 그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건축사들이 주목하는 이유는, 규화 처리된 목재가 도장 없이도 약 1년 내에 자연스럽게 고르게 은회색(Silver Grey)으로 발색되며, 전체 외관의 시각적 통일감을 제공한다는 점 때문이다.

Petrified Forest National Park, Arizona, USA.
Petrified Forest National Park, Arizona, USA.

규화목의 주요 특성

1. 인체와 환경에 무해한 친환경 자재

규화 처리에 사용되는 주성분인 이산화규소(SiO₂)는 모래나 자연암석에서 추출되는 무기 물질로, 인체에 유해하지 않으며 휘발성 유기화합물(VOC)도 포함하지 않는다. 수십 년간 전 세계의 다양한 건축 프로젝트에서 활용되어 왔으며, 건강상 위해성이 보고된 사례도 없다.

2. 난연성(준불연) 확보
목재 내부에 침투된 실리카 성분은 세포조직 내에서 규산겔(Silica Gel)을 형성하며, 이 겔이 탈수되면 단단한 이산화규소 막으로 전환된다. 이 막은 산소와의 접촉을 차단하며, 열전달도 억제하기 때문에 연소 반응을 저지한다. 따라서 규화목은 일반 목재 대비 높은 내화성능을 갖게 되며, 화재 시 연료로 작용하지 않는 특징을 지닌 준불연재로 분류될 수 있다.

3. 은회색으로의 자연스러운 발색
규화 처리를 거친 목재는 일반 무도장 목재와 달리 변색 과정이 매우 균일하고 안정적이다. 외부 환경(햇빛, 비, 습기 등)에 노출되면 보통 2개월 이내에 서서히 은은한 실버톤으로 변하며, 약 12개월에 걸쳐 완전히 회빛으로 안정화된다.
예를 들어, 소나무 규화목은 초기에 핑크빛을 띠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고운 은회색으로 변해간다. 특히 규화목은 심재·변재, 옹이 유무, 직사광선 노출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표면이 고르게 발색되는 특징이 있어 건축 외장재로써 매우 일관된 미감을 유지할 수 있다.

4. 경제적이고 장기적인 유지관리의 이점
규화 처리된 목재는 가압침투 방식일 경우 50년 이상 썩지 않고 견디며, 붓이나 롤러로 표면처리만 하더라도 외벽에서는 15년, 바닥 데크에서는 12년 이상, 심지어 선박용 데크에서도 8년 이상의 내구성을 보인다. 이는 오일스테인, 바니시 등 일반 도장 방식의 1~2년 주기 재도장 필요성과 비교할 때 매우 효율적이며, 장기적인 유지관리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규화목은 단순히 목재의 수명을 늘리는 것을 넘어, 외장 마감의 신뢰성과 유지관리성을 높이며, 고유의 질감과 색감까지 완성도 높게 구현할 수 있는 차세대 목재 마감 솔루션이다. 특히 회변을 디자인 과정에 적극 반영하거나 도장 없는 클린 디테일을 추구하는 건축사들에게 규화목은 가장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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