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쪽을 주목해 주시겠습니까?"
마술사가 관객의 시선을 한 곳으로 집중시킬 때 사용하는 이 말은 놀랍게도 공간을 설계할 때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 건축과 마술. 언뜻 보기에는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건축 설계를 하며 마술이라는 취미에 깊이 빠져든 뒤 두 세계가 서로에게 얼마나 많은 영감을 주는지 매일같이 경험하고 있다.
단순한 흥미로 시작한 마술이지만, 이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평범한 사물로 신비로운 현상을 빚어내는 법을 연마하면서 받은 예상치 못한 선물이었다. 건축주, 시공사, 협력업체 직원들과의 딱딱한 미팅 자리에서 잠시 선보이는 간단한 마술은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대화의 물꼬를 트는 최고의 윤활유였다. 덕분에 각양각색의 분야별 사람들과 교류했고, 건축사로서 가장 큰 자산인 넓은 인간관계로 이어졌다.
비단 관계의 확장만 얻은 게 아니다. 마술의 원리를 파고들수록 그것이 건축의 본질과 닮아있다는 깨달음도 있었다. 특히 하나의 경험을 창작하는 설계 과정이 놀랍도록 닮아있다. 단순한 속임수를 넘어, 현대 마술은 하나의 스토리를 가진 종합 예술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건축이 시대의 흐름과 사조를 반영하며 발전해 온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나의 마술 '액트(Act)'를 창작하는 과정 역시 건축 설계를 하는 것과 매우 흡사하다. 어떤 콘셉트로 관객에게 다가갈지, 어떤 감정을 이끌어낼지, 그리고 클라이맥스에서 어떤 경험을 선사할지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음악과 조명, 무대 장치와 대사까지 모든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비로소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이는 건축사가 대지의 조건과 건축주의 요구를 바탕으로 공간의 서사(narrative)를 만들고, 동선과 시퀀스, 빛과 재료를 통해 사용자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물하는 과정과 정확히 일치한다. 마술 액트를 구상하며 얻은 '경험 설계'에 대한 훈련은 기능과 형태를 넘어 사람의 마음에 울림을 주는 공간을 만드는 데 큰 자양분이 됐다.
만약 반복되는 업무와 씨름하며 창의적 영감이 고갈됐다고 느끼고 있다면, 잠시 설계도면에서 눈을 떼고, 자신만의 '마술'을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어떤 취미든 좋다. 전혀 다른 분야에 대한 열정적인 탐구는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선물하고, 우리가 설계하는 공간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라 확신한다. 건축사의 손끝에서 펼쳐지는 것은 단순히 벽돌과 유리의 조합이 아니다.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놀라운 경험과 감동, 즉 '공간의 마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