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는 가네

- 천영애

그리고 아니…
그리운…
홀연히…
그리움…
기뻐라…*

메안더 무늬가 희미한 암포라에서 시간조차 너덜해진 양피지에서 늑골뼈 단정히 누운 시신을 보존하는 파피루스 조각에서 사포의 노래를 읊는다 노래는 존재했던 것을 존재하는 것을 존재하게 될 것을 안다

마른 모래 지층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 찢어진 노래의 파편이 모래 사이로 퍼져 나간다

… … …
내 사랑
 … … …
네가 여기 있다면 
네가 여기에 있기만 하다면*
 … … …
 

- 천영애 시집 ‘말의 섶을 베다’ 중에서/ 파란시선/ 2025년

*표시한 부분의 인용문은 그리스 시인 사포의 시다. 레스보스섬 사람인 사포의 시에는 여성 사이의 사랑에 관한 시도 꽤 있어 여기에서 레즈비언이란 단어의 어원을 찾을 수 있다. 플라톤은 사포를 열 번째 뮤즈로 칭송하기까지 했다. 메안더(meander)는 선형미로 무늬이다. 그리스 시대의 항아리 옷감 등에서 다양하게 찾아 볼 수 있다. 암포라(amphora)는 그것이 새겨진 항아리로 주로 포도주나 올리브유를 담는다. 두 개의 손잡이가 있어 그런 이름이 붙었다. 오래된 유적이나 유물에는 언제나 노래가 된 너의 이름이 있다. “네가 여기 있다면 네가 여기에 있기만 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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