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섬

- 이대흠


먼 데 섬은 다 먹색이다

들어가면 꽃섬이다


- 이대흠 시집 ‘귀가 서럽다’ 중에서/ 창비/ 2010년

짧은 시이지만 당연하고 그럴 것 같아서 아름답다. 섬은 그 외로움 때문인가? 섬에 대한 좋은 시는 다 짧다. 가장 널리 알려진 시로는 정현종 시인의 ‘섬’이 있을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섬’ 전문” 이 시는 섬의 외로움뿐만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외로움을 노래한다. 정현종의 섬과는 달리 이대흠의 섬은 우리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실체 그대로다. 그런데 정현종의 섬과는 방향이 거꾸로 이대흠의 ‘꽃섬’은 물리적인 실체를 통해서 사람 사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그 외로움에 대해서도 같이 말하고 있다. 우리가 섬과 멀리 있으면 그 섬은 먹색의 외로움이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면 동백도 있고, 어떤 때는 수선화, 영산홍도 있다. 그러나 누구나 그렇지는 않다. 들어가면 지옥인 섬도 있다. 내가 그 지옥을 꽃섬으로 바꿀 수 없을 땐 나도 지옥이 된다. ‘우리’라면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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