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첫 월요일 아침 전화벨이 울린다. 두어 달 전 사무실에서 퇴사한 직원의 전화였다. 그 직원은 1년 2개월 정도 근무했었다. 00공사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1년 남짓의 기간이었지만 건축사사무소에서의 경험이 의미 있었다는 얘기를 전했다. 필자 역시 축하해 주며 근무하는 동안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는 말로 통화를 마무리했다.
그 직원은 처음엔 인턴실습생으로 일했었다. 실습 이후 나는 직원으로 근무해 볼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 그녀는 공무원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건축사사무소에서 근무해보고 싶다고 했고, 그녀의 열정과 밝은 성격이 맘에 들어 직원으로 채용했다.
신입으로 근무하면서 본인의 업무 외 사무실에서 진행되는 다른 프로젝트에도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업무태도를 보여주었고 다른 직원과도 원만하게 잘 지냈다. 한시적으로 근무하는 상황이었지만 재직하는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계획안에 대한 본인의 생각과 제안을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협업의 자세를 보여주었다. 그래서인지 그 직원이 퇴사하는 날 직원이 목표하는 바를 이루어 나가길 응원하면서도 마음 한편엔 허전함이 밀려왔었다.
대표건축사로 일한 지 7년 차. 건축사사무소를 경영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재정적인 운영뿐만 아니라 소규모 사무실에서의 직원 채용은 또 하나의 커다란 숙제이다. 대학에 출강을 할 때 출강대학의 학생들에게 졸업 후 진로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건축사사무소로의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상당수는 서울 수도권 지역이나 중·대규모 이상의 건축사사무소에 취업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지방의 소규모 사무실에서 직원 채용은 어려운 점이 있으며 호흡이 맞는 직원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라 생각한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직원들과 소통하며 협업하는 일은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건축사에게 클라이언트와의 소통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이다.
건축사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유사한 점이 많다. 지휘자는 연주의 전체 방향과 콘셉트를 정하고 오케스트라 단원이 연주하는 각각의 악기가 본연의 특색을 나타내면서도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호흡하며 통합된 음률을 만들어 간다. 건축 역시 직원과 동료, 클라이언트와의 소통 그리고 협업을 통해 최종의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과학 기술로 인해 우리는 디지털 시대를 넘어 AI 시대로 향해 가고 있다. 이처럼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건축사들은 나날이 쏟아지는 수많은 건축 규제, 그리고 디지털 및 AI 프로그램 등의 확대 사용으로 건축사가 감당해야 할 업무영역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신뢰를 쌓고 서로 소통하고 협업하는 인간 고유의 능력은 인공 지능으로 대체될 수 없는 인간의 핵심적 역량이다. 건축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문화를 담는 것이기에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소통과 협업은 우리 건축사들에게 건축이라는 삶을 살아가는 소중한 가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