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설명하는 ‘쓰레기통 모델’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pixabay)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설명하는 ‘쓰레기통 모델’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pixabay)

여러 사람이 모인 조직에서 내린 의사결정은 다수가 참여하는 체계적인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매우 합리적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도 적지 않다. 도대체 어떤 근거로 이런 의사결정이 내려졌는지 이해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조직의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이론이 ‘쓰레기통(garbage can) 모델’이 대표적이다. 마이클 코헨 등 일련의 조직사회 학자들이 제기한 모델로, 조직의 의사결정은 4가지 요소가 쓰레기통 속에 뒤엉켜있다가 합리적 순서 없이 우연과 상황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4가지 요소는 문제(해결해야 할 이슈), 해결책(이미 누군가 제시한 아이디어), 참여자(회의 참석자), 선택 기회(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4가지 요소가 쓰레기통에서 뒤엉키면서 우연히, 혹은 발언권 센 사람의 주도로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예를 들어보자. 한 대학교가 ‘학생들의 만족도 향상’이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의를 열었다. 당연히 만족도 저하의 원인부터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가용 데이터를 살펴보면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조직에서는 이렇게 접근하지 않는다.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에서 한 교수가 “캠퍼스 와이파이 확충 계획”이라는 해결책을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있었고, 이 회의에 그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마침 회의에 참석한 다른 교수들도 학생들의 만족도 문제보다는 예산 소진에 더 관심이 있었다. 결국 와이파이 안건은 통과되고 만다. 결국 강의 만족도 제고나 평가 체계 개선 같은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근본 대안들은 배제된다.

기업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많다. 예를 들어 매출 하락의 원인과 대안을 찾는 회의에서 참석자 가운데 메타버스 AI에 관심이 높은 사람이 목소리를 높여 메타버스 AI 서비스를 신규 출시하는 결론을 내리는 경우다. 실제 고객들의 불만을 유발하는 품질 저하나 배송 지연 문제 등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쓰리기통 모델은 조직의 의사결정이 종종 합리적 근거 없이 우연이나 타이밍, 혹은 목소리 큰 사람의 주장에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이런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고 해당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는 일이다. 앞서 매출이 줄어들었다면, ‘매출 감소 원인 파악과 대안 모색’이 회의의 목적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회의 전에 마케팅, 영업, 고객만족팀 등 매출과 관련한 다양한 부서에서 고객만족도 설문이나 제품 유형별 판매 자료를 분석하는 등 기초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실제 회의에서는 여러 부서의 데이터를 놓고 매출 감소의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핵심 제품의 경쟁력 저하와 배송 지연 등이 매출 감소의 원인으로 지적됐다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제품 보증 서비스 출시나 배송 업체 변경 같은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절차를 거쳐야 메타버스 AI 서비스 출시 같은 엉뚱한 결론으로 빠지지 않게 된다.

조직 의사결정은 조금만 부주의해도 쓰레기통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명확한 문제 정의와 원인 규명은 쓰레기통의 뚜껑을 닫을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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