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시작된 민간 이자지원사업, 실적 부진 속 2023년 11월 접수 중단
공공건축물 중심 지원 계속, 에너지 취약 민간부문 대응책 필요해

건축물 부문에서의 탄소 감축 필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민간건축물에 대한 그린리모델링 지원이 지난해 11월 이후 중단된 상태다. 전체 건축물의 약 96%를 차지하는 민간부문을 외면한 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623일 발간한 이슈와 논점에서, 현재 추진 중인 그린리모델링 정책의 현황을 짚고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제도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건축물 중 건축 연한 10년 이상인 노후 건축물이 78.4%를 차지하며, 이들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 개선이 건물 부문 탄소중립의 핵심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에 근거해 공공 및 민간 건축물을 대상으로 한 그린리모델링 사업을 시행해왔다. 이 가운데 공공건축물 사업은 준공 후 10년 이상 된 경로당, 보건소, 어린이집 등을 대상으로 진행, 최소 2개 이상의 에너지 성능 개선공사를 적용하는 조건 하에 공사비와 이사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누적된 지원 건수는 3,590, 집행액은 약 9,268억 원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은 18%, 비수도권은 82%를 차지해 비수도권 중심의 추진 양상이 뚜렷하다.

반면, 민간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이자지원사업은 2014년부터 시작됐으나, 신청 조건의 제약과 대출 중심 구조에 따른 부담으로 실적이 제한적이었다. 10년간 승인된 사업은 총 79,640건이며, 이 가운데 공동주택이 78,898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단독주택과 비주거 건축물은 각각 640건과 102건에 불과했다. 국토교통부는 고금리에 따른 실적 부진을 이유로 202311월부터 신규 접수를 중단, 현재는 기존 대출 건에 대한 이자만 지원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민간부문 지원의 실효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건축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다층적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독일 등은 무이자·저금리 대출 보조금, 세제 혜택 등을 조합해 제도를 설계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정부 인증 전문가(RGE)를 통한 상담과 행정절차 지원을 함께 제공하며, 소득에 따른 차등 보조금 지급도 병행하고 있다. 독일은 건물의 에너지 효율 수준에 따라 부채 감면 또는 현금 보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며, 건물당 융자 금리는 1%.

지자체의 기존 주거복지 사업과 그린리모델링을 연계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현재 전국적으로 시행 중인 저소득층 집수리, 빈집 정비, 취약계층 환경개선 사업 등은 대부분 노후주택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에너지 성능 개선 항목은 포함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에 단열재 교체나 고효율 조명 설치 등을 병행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성과 주거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식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전북 임실군은 기존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저소득층 그린리모델링 사업으로 전환해 단열, 창호, 조명 개선 등 항목을 적용해 시행 중이다.

정부는 올해 말 3차 녹색건축물 기본계획(20252029)’을 통해 공공건축물에 대한 그린리모델링 의무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입법조사처는 에너지 성능이 일정 수준 이하인 민간 건축물에 대해서도 의무화 적용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일정 규모 이상의 일반 리모델링에 그린리모델링 항목을 포함시키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언급됐다.


보고서는 아울러, 제도적 의무화가 시행될 경우 무이자 또는 저금리 융자 직접 보조금 세제감면 등 재정적·금융적 뒷받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간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구조적 정비 없이는 탄소중립 건축 전환이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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