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부문 대가기준, 2008년 12월 관련 법령 개정함에 따라 현재 부재한 상태
“장애인 편의시설, 범죄예방 설계 등 별도 대가기준 마련 또는 도서목록에 추가하고, 대가 증액해야”

건축사 업무대가 정상화가 제도적으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가 이어지면서, 업무 범위와 책임을 둘러싼 혼선과 대가 관련 분쟁이 반복되고 있다. 적정한 보상이 어려운 구조에서는 설계 품질 확보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민간부문에서는 업무대가 정상화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건축물 붕괴 등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각종 정책과 관련 법규를 강화하고 있으며, 건축사는 이로 인해 수행해야 하는 설계·감리 업무에서 더 많은 역할과 책임이 따르고 있다. 

하지만 대가기준 내용이 현실적이지 않거나 실제 수행하고 있는 업무와 불일치하는 경우 건축물의 품질을 확보해야 하는 건축사 입장에서는 업무수행에 어려움이 따르게 되고, 계약 당사자간에도 혼란과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건축사가 수행해야 하는 설계·감리 업무는 물론 발주자 요청에 따라 추가로 수행하는 업무에 대한 범위와 대가를 현재보다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연구원은 연구보고서 ‘건축사 업무범위 및 대가기준 세부기준 개선 연구’를 통해 “‘건축사 업무 대가기준’은 건축물의 설계와 공사감리에 대해 부실과 발주자와 건축사 사이의 분쟁을 예방하는 기능을 한다”며 “하지만 민간부문의 대가기준은 부재한 상태로, 건축물의 품질과 안전을 확보하는 시장 조성을 위해 제도의 개선이 조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축설계·감리 대가기준은 1966년 처음 제정됐으나 1999년에 폐지됐다. 이후 2001년 ‘건축사법’ 제19조의3(용역의 범위와 대가기준) 신설에 따라 ‘건축사 용역의 범위와 대가기준’이 다시 마련됐다. 2009년에는 정부가 이를 폐지하고, ‘공공발주사업에 대한 건축사의 업무범위와 대가기준’을 제정했다. 기존의 업무 범위와 대가 산정 기준은 유지하면서, 공공 발주 사업에만 적용되는 기준으로 한정한 것이다.

정책 변화 이후 민간부문 설계시장은 저가 경쟁 중심으로 재편됐고, 건축물의 품질향상과 안전확보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

건축연구원은 건축사를 대상으로 공공과 민간 설계대가 간 차이가 나는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인식조사를 한 바 있는데 응답자의 다수는 민간대가기준의 부재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인식했다. 실제 406명의 건축사 중 민간대가기준 부재가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매우 높음 또는 높다고 인식한 건축사는 316명으로 전체의 77.8%를 차지했다.

한편, 건축연구원은 대가기준의 정립과 더불어 업무 기준의 보완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기본설계도서의 경우 지나치게 간소화되어 건축물의 품질과 안전을 확보하기에 부족한 것으로 판단했다.

통상적으로 기본도서는 소규모 건축물의 인허가와 관련된 최소한의 설계도서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전문가 설문에서는 500제곱미터 미만 건축물도 기본적으로 ‘중급도서’ 수준의 설계가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가권자가 요구하는 도서가 증가 추세에 있고, 이로 인해 실시설계 단계의 도서로 분류되는 일부도서가 건축허가 단계에서 작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연구원 김용준 연구위원은 “건축설계 계약 시 지나치게 간소화된 ‘기본도서’로 계약하거나, 설계도서 작성기준의 ‘중급도서’ 금액으로 계약한 후, ‘중급도서’ 목록에 없는 도서작성을 요구하는 등 비합리적 발주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작성도서 목록을 표준·고급도서로 구분하고, 대가요율을 조정해야 할 것”이라면서, “현재의 대가요율은 상급도서의 요율을 100%로 정하고, 중급도서의 요율은 83.3%이나, 표준도서는 추가로 수행하는 설계도서 항목을 고려했을 때 고급도서의 85~90%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현행 ‘공공대가기준’에서 중간설계 단계의 도서항목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추가로 작성하는 도서에 대한 대가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건축물의 품질향상과 안전사고 발생 방지 등을 위한 정부의 정책과 관련 법․규정의 강화로 인․허가 제출시 작성하는 도서의 항목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이를 ‘건축설계 대가요율’ 산정기준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장애인편의시설, 범죄예방 설계의 의무화로 관련도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현재 도서목록에는 포함되지 않아 추가 설계도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고, 이에 비례해 별도 대가기준을 마련하거나 작성 도서 목록에 반영 후 대가기준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건축연구원 관계자는 “공간과 주거환경을 조성하는 건축사와 전문인력이 공정한 대가를 보장받는다면 건축서비스산업산업의 경쟁력과 건축문화 수준을 높이는 기반이 될 것이다”며 “합리적인 업무 체계화와 적정한 보상체계를 정립하는 것은 그래서 정부와 민간 공통의 과제가 된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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