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사옥은 단순한 건물이 아닌 문화재로서 그 가치와 상징을 지니고 있다. 특히 건축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우리 건축의 자존심이자 성지(聖地)라는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건축물이 지난 1월 (주)공간 종합건축사사무소가 최종부도 처리되면서 매물로 나와, 11월 공개경매 유찰 등 1년여의 방황을 마치고 아라리오 갤러리에 매각되었다.

공간 사옥은 한국 현대건축의 걸작을 꼽는 설문에서 늘 수위를 다투는 ‘작품’이면서 동시에 김수근의 수많은 걸작이 잉태된 한국 현대건축의 산실이기도 하다. 게다가 소극장과 커피숍을 갖춰 당대 문화 인사들이 아지트처럼 드나들며 치열하게 담론을 형성했던 1970년대 문화예술계의 사랑방이기도 했다. 김덕수의 사물놀이와 공옥진의 병신춤이 서울에서 처음 공연된 곳도 공간사옥 지하의 소극장이었다.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개발 논리에 따른 걸작의 훼손을 우려하며 소셜펀딩을 통해서라도 사옥을 보존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였었다. 대다수의 건축인들은 공익재단에 넘겨져 건축박물관으로 태어났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제 공간사옥의 앞날은 아라리오 갤러리의 손에 맡겨졌다. 아라리오 측은 공간그룹에서 내건 ‘공간 사옥을 훼손하지 않고, 김수근 작업실을 보존한다’는, 선뜻 수락하기 쉽지 않은 조건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미술관으로 만들겠다니 공간사옥이 가진 의미와 상징을 어느 정도는 지킬 수 있게 된 것 같아 반갑다. 좀 더 욕심을 낸다면 대한민국 현대 건축에서 공간이 차지하는 자리를 훼손하지 않고 후대에까지 알릴 수 있는 배려가 동반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