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에서 11월 초까지는 건축행사가 가장 많은 시기다. 서울을 시작으로 경기, 인천, 대전, 광주, 부산, 충남, 경남지역 등지에 10여 개의 행사가 열린다. 각 지역의 건축문화제는 건축문화의 대중화를 위해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축제의 장을 만들겠다는 공통된 포부를 품고 있다.

하지만 10여 개의 건축문화제는 이름과 내부 공간만 다를 뿐 지역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특색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행사 대부분이 관계자들의 축하연을 시작으로 수상작 전시, 각종 세미나, 건축영화 상영 등 문화제 전반에 걸친 비슷비슷한 프로그램의 나열이었다. 그것은 마치 과거 경제적 이익과 재개발 논리만 앞세워 지어진 우리들의 아파트 전경처럼 구별하기 힘든 모습이다. 지역의 건축행사가 지금처럼 지역적 특색 없는 프로그램들로 일반화되고 ‘다른 지역에서 하니까 나도 한다’는 사고가 계속된다면, 정체성을 잃어버린 신도시들과 같은 결과를 맞이할 것이다.

건축이 행사를 통해서 대중과 소통하는 것은 단순히 행사의 주최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프로그램을 각 지역의 특색에 맞게 재구성하고, 진행되는 동안에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건축문화제의 대부분 행사는 사전에 신청을 받은 공모전이나 건축물 그리기 대회, 혹은 건축물사진대회와 같이 이미 완성된 작품을 전시하는 것에 그친다. 따라서 행사에 작품을 출품한 사람들만의 축제가 되고, 일반 시민들은 그저 전시된 작품을 구경하는 것이 전부다.

흔히 시민들이 열광하고 자발적으로 찾는 축제는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과 경험 그리고 지역적 특색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같은 종류의 영화제이지만 지역적 특성을 적극 반영한 서로 다른 프로그램으로 지역 발전에 이바지함은 물론 영화와 시민을 조금은 더 가깝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 바탕에는 행사 기간에 누구나 직접 참여하고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이다.

건설의 시대는 가고 건축의 시대가 온다고 한다. 그만큼 대중은 건축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건축을 접하는 기회가 적었다. 하지만 건축문화제 행사를 적극 이용한다면 지역적 특색은 물론 대중에게 건축이라는 학문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이자 공간으로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전국의 건축문화제가 각각의 지역적 특색을 반영하여 지역을 대표하는 진정한 축제의 장으로서 새로운 변모를 맞이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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