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지만, 건축사들의 마음을 담은 글이다. 먼저 ‘건축’이란 인류의 문명이 시작되면서부터 있어왔다. ‘의식주’라고 표현되는 인간의 삶에 가장 직접적이고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며, 건축을 계획하는 일을 주도하는 건축사는 인류의 시작부터 있어왔던 직업이다.

모든 국민이 옷을 입고, 식사를 하며 생활하는 동시에 건축 공간 안에서 삶을 누리고 있다. 생활하는 공간, 교육받는 공간, 업무하는 공간, 물건을 구입하는 공간 등 모든 곳에 건축이 있어서 물과 공기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듯 건축이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 이것은 건축사가 안전하고 쾌적한 건축물을 설계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건축물을 설계하는 건축사의 업무는 단순한 것이 아니다. 수많은 법규와 조례를 지키는 동시에 심의와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며, 시공 과정에서는 설계자의 의도가 제대로 구현되도록 하고, 감리자로 참여해 도면대로 시공되는지를 관리·감독하기도 한다. 오랫동안 더 안전하고 튼튼한 건축물이 되도록 높아진 기준에 맞춰 건축물이 완성되도록 하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보장되도록 최전선에서 역할을 해온 전문가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업무에 대한 대가는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설계 업무를 수주하기 위해 적정 금액의 몇 분의 일 수준으로 서로 경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이로 인해 보다 나은 건축에 대한 고민이 더해지기 어렵다. 또한 일부 공공건축의 설계공모의 경우, 지나치게 높은 경쟁률 속에 생산보다 큰 소모전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

앞서 건축의 안전성과 기능을 언급했다면, 이번에는 건축의 예술·문화적 가치를 짚고자 한다. 해외여행 중 건축물을 유심히 보듯,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건축은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매개체가 된다. ‘Architecture’는 ‘Art’와 ‘Technology’의 의미를 함께 담고 있으며, 건축은 비례와 형태, 색상 등을 통해 저마다 다른 공간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건축물들이 모여 도시의 얼굴을 바꾸고, 지역의 품격을 높인다.

한편에서는 세계적인 건축상 수상자가 대한민국에서 배출되지 않은 점을 아쉬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민 모두가 건축에 관심을 갖고, 건축사의 생각이 담긴 건축물의 가치를 인정하게 된다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건축사가 배출되는 것도 시간문제다.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와 국민 모두가 건축과 건축사의 업무에 관심을 갖길 기대한다. 그 기대와 관심에 건축사들은 더 나은 건축물을 계획하고,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며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것으로 보답할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