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공간그룹이 부도로 쓰러지고 이어서 한국현대건축의 태동과 수많은 문화예술 창작활동이 이루어졌던 사옥이 경매로까지 이어지자 건축계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故 김수근 선생님의 문화적 활동의 근거지였던 공간사옥은, 김덕수의 사물놀이가 첫 선을 보인 곳이고, 공옥진의 병신춤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자리이다. 공간그룹 사옥이 오는 21일 공매 절차를 밟게 되면서, 서울시 산하 서울문화재단은 매수 의향을 밝히기도 했으나 서울시 의회의 제동으로 현재는 중단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문화재단이 여전히 건물매입을 검토하고 있고 서울시도 입찰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한다. 관련예산이 없고 관련절차도 진행된 것이 없어서 이번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건물 공시지가가 97억원까지 매각금액이 떨어지면 매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 누구라도 그 전에 낙찰을 받는다면 공간사옥은 어떤 운명에 처한단 말인가? 현재 경매가격인 150억이 몇 번의 유찰을 거쳐 가격이 떨어질 때를 기다린다는 입장은 대책이라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유찰이 되면 건물 증․개축 수순은 당연시 될 터인데...
필자도 건축 초년병시절 공간 소극장 행사에 여러 번 참석한 경험이 있다. 김수근 선생의 유작, 이 이유만으로도 그 공간 안에 있음을 가슴벅차했던 경험. 우리의 후배들이 이런 경험을, 느낌을 가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고 싶지도 않다.
우리의 무지로 사라져버리고 이제는 흔적도 없이 헐려져 버린 역사적 건물들을 뒤돌아보면, 다시 만날 수 없는 죽음처럼, 그들의 흔적은 영원히 이 땅에서 한 올도 남지 않게 된다.
공간사옥은 건축계 뿌리이며 국내 건축문화의 버팀목이다. 문화로서의 건축을 논하고, 건축외의 모든 문화를 아우르러 노력한 고인의 정신이 배어 있는 이곳이 온전히 시민, 건축인의 품에 두는 것이 비단 우리만의 욕심일까?
지난 시대 문화의 터였던 이 건축물을 국립이든, 사립이든 문화박물관으로 전환해 달라고 아우성쳐본다. 어둠 밤을 별만 쳐다봐도 갈 수 있는 것처럼, 이곳은 건축의 별이다. 건축계의 상징일 수 있다. 대한건축사협회에서도 이 별을 지키려는 노력을 온건히 해보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