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 이수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 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그러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오르것다.
‘이수복 시전집’ 중에서/ 현대문학/ 2009년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이 시와 처음 마주했다. 국어선생님은 무조건 국어교과서 한 권을 통째로 외우길 권했다. 우리의 국어 시간은 그래서 통째로 시와 산문을 외우는 시간이었다.
'상춘곡', '독립선언서', '청춘예찬' 등등은 아직도 외우고 있다. 한국시에 등장하는 유'명한 새 중에서 김수영의 노고지리도 있겠지만 김소월의 '비단안개'에 나오는 종달새와 함께 이수복의 '봄비'에 나오는 종달새는 나에게는 한국 시의 새다. 사실 노고지리는 종달새의 옛 이름이다. 주말마다 비가 내리는 요즘 그 옛날 국어 시간에 외웠던 이 시가 자꾸 저절로 읊어진다.
함성호 시인
haamxo@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