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건축 고도화 요건 마련된 상황 속 자조적 질문

‘건축의 정치·수단화’ 등
문제 드러낸 외국 건축사 지명·초빙

“건축·건축사 위상, 설계자 이름 드러내는 데서 출발”

서울건축포럼(SAF),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한국 건축이 답하다’ 주제 특별포럼

서울건축포럼은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한국 건축이 답하다’를 주제로 5월 12일 특별포럼을 개최했다. (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서울건축포럼은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한국 건축이 답하다’를 주제로 5월 12일 특별포럼을 개최했다. (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한국 건축의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 비전을 제언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건축포럼은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한국 건축이 답하다를 주제로 512일 특별 포럼을 개최했다. 김상길(.에이텍종합건축사사무소), 김선아(.스페이싱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김용미(.금성종합건축사사무소), 조남호(.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 건축사, 이선영(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윤승현(중앙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박정현 건축비평가 등이 참여해 한국 건축의 정책 방향성과 미래 비전 등을 논의했다

포럼의 화두는 공공건축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외국 건축사 초빙 문제였다. 한국 사회의 발전과 높아진 국제적 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한국 건축의 고도화를 위한 요건이 마련됐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공공건축이 외국 건축사를 지명 초빙하고, 건축 정책의 결정권자로 참여시키는 현상에 대해서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외국 건축사 초빙 문제는 건축의 정치화·수단화, 빈약한 공공건축물 등 한국 건축의 문제점을 역설적으로 드러냈다. 특히 건축과 도시를 만들어가는 방향과 방법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한 현실 속에서, 건축이 수단화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윤승현 교수는 정치인의 가시적인 업적으로 공공건축만큼 효과적인 수단은 없다지자체마다 외국 건축사를 앞세워 건축적 성과를 증명하려는 공공건축 생산 시스템의 문제점을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아 건축사는 건축과 도시가 정치, 자본, 권력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전문가의 시각을 반영한 거시적인 목적성이 없으면, 건축은 정치 권력을 얻기 위한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외국 건축사는 이를 위한 손쉬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정현 건축비평가도 한국에는 쓸 만한 공공공간이 부족하다그동안 한국 건축은 독특한 시스템 속에서 발전해 왔지만, 이제는 스펙터클한 공공공간에서의 경험을 원하는 시점에 이른 것 같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외국 건축사의 명성에 기대는 만큼 우리 사회가 한국건축의 발전과 도약을 기대하는지를 묻는 자조적인 질문도 이어졌다. 동시에 건축을 바라보는 서구적 시각에서 벗어나, 한국 건축을 정의하는 기반을 세우고 사회적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남호 건축사는 취약한 환경과 짧은 역사 속에서도 발전해 온 한국 건축을 우리 사회가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지 되묻게 된다한국 건축을 정의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현재의 문제를 타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미 건축사는 건축과 건축사의 위상을 높이는 방법은 설계자의 이름을 드러내는 데서 출발한다고 언급했다

김상길 건축사는 한국으로 들어오는 외국 건축사를 막을 방법이 없다면, 그들의 가장 좋은 작품을 한국에 남기고, 그것이 한국 건축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제안했다

이선영 교수는 건축은 기술과 문화의 총화인 만큼, 협업 과정에서 그들의 기술력을 우리 것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우리만의 결과물을 내지 않는다면 건축사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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