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제5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는 ‘집(HOUSE)’이라는 주제로 10월 31일부터 11월 5일까지 21편(장편 19편/단편 2편)이 이화여자대학교 ECC내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상영됐다.
일반 대중과도 소통하기 쉬운 ‘집’이라는 주제로, 도시와 건축이라는 문맥을 다룬 ‘시네 파사주(Cine passage)’ 섹션, 원천적인 주거란 무엇일까를 다룬 ‘줌-인 하우스(Zoom-in house)’ 섹션,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까지도 주목받는 거장들이 디자인하고 살았던 집의 의미를 다룬 ‘5인의 아키텍트, 5개의 집(Five master houses of the world)’ 섹션, 개발과 성장정책에 가려져 그간 돌아볼 기회가 없었던 아시아건축문화를 성찰한 ‘시네레트로(Cine retreo)’섹션, 건축에 대한 사유의 스펙트럽을 확장시킨 ‘비욘드(Beyond)’ 섹션 총 5개의 카테고리로 여러 작품들이 선정되었다.
또 ‘관객과의 대화(GV/Guest Visit)’라는 코너를 마련해 상영작들에 대한 이해도 도왔고 건축이 좀 더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건축에 대해 관심은 있지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서툴러 하던 관객들도 스스럼없이 질문을 하고, 게스트들도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는 건축사(史)에 대해 잘 모르는데, 이 집에 대한 영화를 어떤 식으로 이해하면 좋을까요? 혹 주인공을 집으로 생각하는 방법인가요?”-콘스탄틴 멜니코프의 멜니코프 하우스(The Melnikov House), 관객들과의 대화에서- “저는 이 영화의 원제인 Sidewalls(측벽)도 마음에 드는데요, 보통 ‘벽’이라는 단어가 주는 단절감이 아니라 벽과 벽사이의 예상치 못한 우연성을 주목했다는 점이 흥미롭네요. 여주인공이 좋아하는 ‘윌리를 찾아서’라는 책도 영화컨셉과 잘 맞아 떨어져서, 벽에 창을 내서 서로 바라보는 장면도 재밌고요. 교수님이 살았던 스페인 도시에서 그러한 만남을 경험했거나, 그러한 만남을 믿으시나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사랑에 빠질 확률(Sidewalls), 관객들과의 대화에서- “알바 알토는 핀란드 전통과 일본의 전통까지 잘 융합했다고 하는데, 이를 시대가 만든 일부로 봐야할까요, 아님 시대적인 흐름과 달리한 개성으로 보아야 할까요? -알바 알토의 빌라 마이이레아(Villa Mairea), 관객들과의 대화에서-
다소 전문적인 건축적 지식이 요구되는 단어가 있더라도 관객들은 열린 마음으로 이해했고, 소통했다. 건축이란 결국 선, 면, 리듬, 재료, 구조 등 다소 조형적 언어부터 도시, 교통, 환경, 시민참여, 철학, 민주주의 등으로도 소통할 수 있는 언어라 전 세계에서 모두가 인식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보를 전달하는 건축으로서의 언어는 영화라는 매체로 좀 더 보편적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현 시대를 다루는 건축영화의 경우 보편적인 세계 건축의 흐름과 지역 간의 특수성을 중점적으로 이해하면서 바라보면 되었고, 아키텍트를 다룬 영화의 경우 시대를 통찰한 건축사의 정신을 바라보면 되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영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소통하려는 대중들의 관심과 이러한 장이 된 이번 건축영화제 프로그램이 매우 인상 깊었다.
이제 5년째가 되어 꽤 자리 잡아 ‘아시아의 유일한 건축영화제’ 라는 든든함과 함께 내년에도 다양한 영화와 풍부한 프로그램으로 대중들에게 건축이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