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많은 건축사들의 관심사는 경기 침체로 인한 수주일 것이다. 민간업무가 줄어든 시점이어서 설계공모 방식의 공공건축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건축기획단계와 지침서 작성단계부터 제출물을 줄이고 가능성을 열어두는 공모도 있지만, 여전히 수많은 제출물을 요구하는 공모에 수십 개의 작품이 몰려 경쟁이 치열하다.

대부분 토론에 의한 투표방식으로 당선작을 선출하는 경향이 뚜렷해졌지만, 지침서에는 여전히 인허가 수준의 법규와 지침 검토가 포함돼 계획설계 수준의 업무량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비해 당선작과 수상작에 대한 보상금 총합은 경쟁이 과열되지 않을 때엔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지금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다. 수십 명이 경쟁할 경우 제출물 작성에 소모되는 에너지가 보상금의 합을 크게 초과하고 있다.

물론 제출물을 작성하기 위한 에너지는 수량이나 금액으로 환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건축사와 건축사보의 업무대가를 어떠한 방식으로 산정하든 현재처럼 설계비가 적은 설계공모에 수십 작품이 경쟁하는 경우에 생산보다 소모가 클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을 중요한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신진건축사들이 수주를 위해 노력하는 가장 주요한 방법으로 규모가 크지 않은 설계공모를 통해 경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정 수 이상의 작품이 제출되는 경우 심사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지고, 초반에 짧은 인상을 통해 다수의 탈락 작품들을 추려내는 과정에서 자칫 좋은 작품이 잘 검토되지 않고 탈락당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초반에 순식간에 탈락한다는 ‘광탈’이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로, 신진 건축사들은 짧은 심사평이라도, 나의 작품이 어떻게 평가받았는지 언급이라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고 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설계공모에 작품을 제출하는 데 얼마만큼의 비용이 드는지에 대한 산정과, 보상의 합이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객관적 근거를 마련한 후, 지금의 문제가 지속되면 수많은 건축사가 경쟁하다가 버티지 못하는 순으로 도태되다가 결국 모두 공멸할 수도 있다고 문제를 꺼내놓아야 한다.

해외에서는 공공건축이 어떠한 방식으로 설계자를 선정하는지 살펴보고 효율적인 방법이 있다면 시범적으로라도 국내에 적용을 시도해봐야 한다. 제출된 작품 수가 많으면 설계공모가 성공적으로 운영된 것인 동시에, 그만큼 많은 건축사가 제 살을 깎아내며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제출 작품 수의 상한선을 두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거나, 제출물을 현저히 줄이거나, 보상금을 늘리거나, 제출 작품에 대한 기본 금액이 지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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