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흠 건축사·세담 건축사사무소(사진=세담 건축사사무소)
송원흠 건축사·세담 건축사사무소(사진=세담 건축사사무소)

건축은 경기가 아니다. 운동 경기처럼 촌각을 다투며 승부하지도 않고 결승점을 빨리 들어와야 하는 속도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건축은 조금 더 깊이 생각하고, 조금 더 넓게 살핀 뒤 발견한 가능성을 한 곳에 모아 놓는 일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누르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욕망은 모두에게 있다. 건축, 건축사라고 다르지 않다. 다만 그것을 ‘쟁취’가 아닌 ‘성취’를 위해 나아갈 때 건축에서 말하는 진정한 승리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멋있는 건축, 아니 ‘맛있는’ 건축을 위해서 요행이나 이기적이 아닌 당당한 건축사로 걸어가야 하는 길을 찾아야만 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과 회사라는 공간에서 단 한 순간이라도 소중하지 않은 시간은 없다. 기다림, 때로는 ‘설렘’으로 말이다. 감정이 ‘감동’을 앞선 작업들은 그저 의미 없는 일상에 지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건축주를 만나 건축사의 생각을 표현하고, 서로 이해하며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없지 않을까. 그런 만큼 건축사라면 자신의 주변을 맴도는 공간에 대한 애착심과 진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아무리 열중해도 후회 없는 삶이란 없고 서툴고 불안하기 그지없는 하루 속에 흩어진 삶의 퍼즐을 맞추고 하나씩 또 한걸음 한걸음씩 내딛는 지금 이순간이야말로 이기적이지 않고 또한 지지 않는 건축을 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역사가 도시를 만들고, 건축이 그 도시의 역사를 만들었다. 서울 구도심을 걸을 때마다 이미 자신의 색을 가득 담고 있는 종로 골목은 수십 개의 마을 수를 가진 우리나라의 도읍의 역사를 느끼게 된다. 

도시에 자신을 맡기기. 뒷짐 지고 걸어야만 보이는 것들이 생각보다 참 많았다. 도시를 돌아본다는 것은 건축사가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묘책이다. 건물과 마당을 나누고 방과 거실을 나누고 길과 땅을 나누며 공원과 학교를 나누며 조각조각 자신만의 ‘레이어’로 만들어내는 일은 참으로 의미가 있고 깊기도 하다.
 
공간을 이해하기 위해 수십 년을 일하면서도 아직도 깨닫지 못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던가. 흩어져 있는 것들을 재 정의하고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일들을 하면서 아무 것에도,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할 수는 없다. 

모든 일이 그러하겠지만 자신만의 색깔, 자신만의 형태를 만들어내는 쉼 없는 작업들은 결코 사사롭지 않다. 도시가 만들어낸 레이어와 건축사가 만든 레이어가 공존할 때 비로소 새로운 콘텐츠가 탄생을 하게 되리라 믿는다. 

새로운 날들에 대한 계획들 또한 나의 어제와 오늘이 만들어낸 것이었음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이제부터라도 비난이 아닌 비평할 수 있는 건축사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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