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건축사 47명이 말하는 현장의 현실 무엇일까?
“설계비, 국민 안전·품질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자
전문직으로서 본연의 책임 다할 수 있는 핵심 조건”
민간 대가 기준 부재, 과도한 책임·경쟁에 고충
건축사 역할·책임에 걸맞은 제도 개선 요구
설계 품질·안전 확보 위한 실질적 기반 절실
건축사 자격을 갓 취득하고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한 신입 회원들은 건축계의 미래이자 업계의 주축 세대다. 그러나 이들이 첫발을 내딛는 현장은 미비한 제도와 과도한 책임이라는 현실 앞에 놓여 있다.
본지가 지난 2년간 47명의 신입 회원과 진행한 ‘I AM KIRA’ 인터뷰에 따르면, 사무소를 개소한 신입 건축사들은 하나같이 “설계비는 건축물의 품질과 국민의 안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자 최소한의 장치”라며 “민간 분야에도 대가기준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본 인터뷰 연재는 건축사로서 첫걸음을 뗀 이들의 생생한 경험을 통해 업계 전반에 내재한 제도적 문제와 개선 과제를 조명하기 위해 지난 2년간 이어져 왔다. 건축사의 전문성 확보와 건축환경의 질적 향상을 위한 제도 정비가 절실하다는 목소리는 바로 이러한 신입 회원들이 마주한 현실에서 비롯된 것으로, 실질적인 개선이 더는 미뤄져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의 다수는 ▲민간 설계 대가 기준 부재로 인한 혼란 ▲과도한 가격 경쟁 ▲현장과 괴리된 설계공모 제도 ▲복잡한 행정 절차 ▲소규모 사무소 운영의 어려움 등을 공통된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특히 응답자의 76%는 “민간 설계 대가 기준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재는 공공건축에 한정된 기준만 존재할 뿐, 민간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이 없어 실무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수의 건축사들은 “설계 상담조차 무료로 여겨지는 현실”, “출혈 경쟁을 피할 수 없는 구조”임을 토로하며, “건축사가 전문가로서 적정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계공모 제도에 대한 개선 요구도 컸다. 응답자의 약 38%는 “진입장벽이 높고, 평가가 불투명하다”고 답했다. 심사 과정의 공정성과 피드백 부재, 유사 실적 요구 등으로 인해 “신진 건축사들의 창의적인 설계안이 시장 진입조차 어려운 구조”라는 의견이다.
특히 신입 회원들은 대부분 소규모 사무소 형태로 시작하며, 개업 초기 행정 처리, 경영, 설계·감리 등 모든 과정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현실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건축사들은 “사업자 등록부터 세무·회계, 업무대행 신청까지 모두 처음 겪는 일”이라며 ‘협회 차원의 창업 매뉴얼 제공과 실무 교육 강화’를 요청했다.
아울러, ‘지자체마다 다른 건축행정 해석으로 인한 비효율’, ‘설계 의도가 시공 단계에서 훼손되는 구조적 한계’에 대한 개선 요구도 반복됐다. 신입 회원들은 “건축사가 설계도면을 작성하는 것을 넘어, 건축 전 과정에 걸쳐 건축사가 총괄할 수 있도록 제도적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