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설계 외주계약의 성질과 법적 효과
건축사가 건축주로부터 설계 계약을 체결한 후 실시설계 또는 구조 도면 등을 다른 건축사나 구조기술사 등에게 다시 맡기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실무상 외주 처리라고 말하는 행위의 법적인 성질은 ‘하도급 계약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즉, 설계 업무가 기획업무, 계획 설계, 중간설계, 실시설계의 단계를 거치는데 건축사사무소에 따라서는 역할이 나누어져 실시설계를 다른 사무소에 맡기는 경우도 있고, 또한 건축물에 있어서 건축 설계 외에 토목, 전기, 설비와 같은 설계는 별도 외주를 줘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위와 같이 건축사의 외주 행위, 즉 하도급 행위의 법적 효과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법원에서는 건축물 설계 계약은 설계도서를 완성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도급 계약의 성질을 가지고 있고, 또한 건축사가 재량의 범위 내에서 일을 하는 점에서 위임 계약의 성질을 가진다는 소위 ‘혼합형 계약’이라고 보고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5. 16. 선고 2016가합554872 판결 등). 따라서 건축사가 건축주와 건축설계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건축주의 승낙이나 부득이한 사유 없이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제삼자에게 대신하여 건축설계를 재위탁해서는 아니 되고, 만일 제삼자에게 건축설계 업무를 일부 맡기는 경우에는 그 외주를 맡긴 행위와 감독, 그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부담한다(민법 제121조 및 민법 제682조 등). 따라서 외주를 받은 건축사 또는 구조기술사 등의 잘못으로 인하여 건축 설계도서의 오류나 하자 등이 발생한 경우, 원래 계약한 건축사가 건축주와의 관계에서 그 책임을 부담하게 될 여지가 큰 것이다. 이 경우 후에 건축사와 외주사 사이에 양자의 후속적인 법적 분쟁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설계 계약을 체결할 때 외주 계약에 대한 건축주의 동의 조항을 사전에 계약서에 언급하는 것이 좋겠다.
건축주와 설계계약 체결 시 외주 여부는
계약서에 미리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
설계 외주계약은 하도급법 적용 시
선급금 지급, 연 15.5% 지연이자 부담 등 유의해야
둘째, 건축사와 외주를 받은 제삼자 양자 사이의 법률 관계에 대하여도 잘 살펴보아야 한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의 관점에서 볼 때 설계 계약은 그 성질상 ‘용역 하도급’의 영역에 속할 것이다. 즉, 하도급법은 하도급법이 적용되는 ‘하도급 거래’에 대하여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제조(가공 포함)·수리·건설 또는 용역 위탁 네 가지를 정하고 있고, 특히 용역 위탁은 ‘지식·정보 성과물의 작성 또는 역무(役務)의 공급(“용역”)을 업으로 하는 사업자(“용역업자”)가 그 업에 따른 용역 수행 행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용역업자에게 위탁하는 것’(하도급법 제2조 제11항)인데,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중 ‘용역 위탁 중 지식·정보 성과물의 범위 고시’에 따르면 건축법 제2조 제3호 설계 업무, 엔지니어링 활동 중 설계(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 제2조 제1호) 업무를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설계 업무의 재위탁 행위에 하도급법이 적용되면, 하도급법이 정한 강력한 효과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예를 들어 설계 외주 대금의 지급을 지연하는 경우, 60일 초과 시부터 그 대금에 대하여 하도급법상의 연 15.5%의 이자를 부담해야 하고(하도급법 제10조 제8항, 공정거래위원회 선급금 등 지연 지급 시의 지연이율 고시), 건축주로부터 선급금을 받는 경우 그 선급금의 비율대로 외주 업체에게 선급금을 지급해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하도급법 제6조). 참고로 하도급법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외주를 주는 건축사사무소가 매출 규모가 더 커야 한다는 등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사실도 잊지 말자.
이와 같이 건축사님들이 앞으로 외주 계약을 하는 경우 권리의무에 대하여 잘 살펴봐 주시기를 당부드리며, 건축사님들의 권리 보장은 계약 내용의 정확한 이해가 핵심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