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동 건축사․오픈 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사진=오픈 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김선동 건축사․오픈 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사진=오픈 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현재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산업은 무엇일까. 반도체를 만드는 전자업계, 인공지공을 연구하는 IT업계, 전기차를 만드는 자동차 업계 정도가 떠오른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상황이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건축업계는 어떨까. 아마도 일반 국민들에게 시대에 뒤떨어진, 다소 구시대적인 분야라고 인식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7080년대 건설업이 부흥기였을 무렵의 건축 위상이 지금보다 훨씬 높았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끄는 중추 산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4050년이 지난 지금, 건축업계의 위상은 많이 낮아진 듯하다. 산업 자체의 활력은 물론 업계 자체의 규모도 줄어들었다. 더욱이 최근 들어 건축업계의 불황이 극심해져 신축 건수가 거의 없다고 한다. 어떤 지역 도시는 1년에 허가 건수가 몇 건 안 된다는 말도 있다. 상황이 이러니 재능 있고 머리 좋은, 전도유망한 젊은이들이 이 업계를 선택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우리가 로망과 애정으로 뛰어든 건축의 현재를 지켜보는 게 안타깝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이 분야가 좀 더 활력을 찾고,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어서 사람들의 인식을 좋게 만들고, 젊은이들이 찾는 분야가 되게 만들 방법은 없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우리 분야는 낙후될 수밖에 없다고 자조적이고 비관적인 마음을 바꿔 진취적이고 적극적으로 바라보는 게 어떨까. 조금은 이상적이고 막연하지만 몇 가지 방법들을 떠올려 봤다.  

무엇보다 혁신적이고 우수한 건축물이 많아져야 한다. 더불어 전반적인 건축물의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그래서 건축이란 세련되고 멋진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 사람들이 그런 건축물을 찾고 건축이 멋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반적인 설계비가 높아져야 하며, 건축사들이 의욕을 가지고 설계에 임할 수 있도록 설계공모의 절차가 공정하고 투명해져야 한다. 또한 과도하고 비합리적이며,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각종 법규, 규제의 완화도 필요하다. 인허가, 심의 절차의 합리적인 개선안도 마련돼야 한다. 건축사라면 이 모든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문제에 대해 대한건축사협회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주기를 희망한다.  

게다가 최근 이슈인 허가권자 지정감리의 확대나 구조기술사의 구조도면 작성금지, 해체감리 자격 확대 금지 등은 건축사의 업역 확보를 위해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업역에서 좀 더 진취적으로 확장해나가려는 움직임이라기보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빼앗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전통적인 건축 분야의 일거리가 줄어들었다면, 완전히 새로운 분야로 나아가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타 분야와의 적극적인 협업도 고려해볼 만하다. 예를 든다면 지역사회 축제에 가설 건축물 설계를 지원하거나 지구촌의 어려운 지역에 지어지는 피난시설의 설계를 지원할 수도 있다. 물론 당장의 경제적인 이득을 따진다면 선뜻 시도하기 힘든 일이지만, 장기적으로 건축사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것을 지키려고 하는 보수적이고 소극적인 태도보다 새로운 일을 찾아 진출하는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건축사협회 뿐만 아니라 건축계 전반에 던지고 싶은 말이다. 지금의 현실이 무척 힘들고 가혹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이 미래를 만들 수 있다. 현대사를 돌아보면, 오일쇼크도 있었고 IMF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는 발전해왔고, 훌륭한 건축사는 성장해왔다. 양차대전 중에도 르 코르뷔지에는 도미노 하우스를 제안하고 근대건축의 5원칙을 발표했다. 어떤 위기가 오더라도 결국 그에 대응하는 방식과 태도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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