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 오브제 의자로 건축의 확장 탐색
실물 의자 제작한 첫 전시, 의미 커

건축 3요소 ‘구조‧기능‧미’ 담긴 복합적 가구
의자 오브제로 삶의 풍요로운 경험 추구
‘스툴+소품’ 주제로 제2회 전시 준비 중

‘지난 1월 18일부터 25일까지 대한건축사협회 1층 건축사 아카이브 라운지에서 진행된 '생각을 앉힌 의자’ 전시 전경 (사진=김성우 건축사)
‘지난 1월 18일부터 25일까지 대한건축사협회 1층 건축사 아카이브 라운지에서 진행된 '생각을 앉힌 의자’ 전시 전경 (사진=김성우 건축사)

생각을 앉힌 의자전시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지난 118일부터 25일까지 대한건축사협회 1층 건축사 아카이브 라운지에서 진행된 이번 전시는 현대의 필수품인 의자를 통해 건축사들이 삶과 건축, 건축사로서의 역할 등 각기 다른 생각을 담았다

이번 전시는 건축사의 시각에서 재해석된 의자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계기가 됐다. 철과 나무를 결합해 소재와 무게의 대비를 추구한 의자, 곡면의 공간 속에서 사색의 가능성을 높이는 의자, 단순하지만 재료의 효율성을 극대화한 의자, 최소한의 면으로 만든 의자, 조명이 포함된 의자, 미니멀한 디자인을 표상한 의자, 인간의 자세와 태도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의자, 종이 상자를 재활용한 의자 등 다양한 사유를 의자라는 오브제를 통해 표현했다

 '생각을 앉힌 의자’ 전시에 참여한 김성우, 박정연, 김동희, 이재혁, 최성호, 오신욱, 허길수, 장영철 건축사(상단 좌측부터 시계방향) (사진=김성우 건축사)
'생각을 앉힌 의자’ 전시에 참여한 김성우, 박정연, 김동희, 이재혁, 최성호, 오신욱, 허길수, 장영철 건축사(상단 좌측부터 시계방향) (사진=김성우 건축사)

전시에는 김동희(건축사사무소 케이디디에이치), 김성우(건축사사무소 공유), 박정연(그리드에이 건축사사무소), 오신욱(.라움 건축사사무소), 이재혁(.에이디모베 건축사사무소), 장영철(.와이즈 건축사사무소), 최성호(소하 건축사사무소), 허길수(건축사사무소 리얼랩 도시건축) 등 여덟 명의 건축사가 참여했다

다음은 이번 전시의 기획을 맡은 김성우 건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김성우·건축사사무소 공유(사진=건축사사무소 공유)
김성우·건축사사무소 공유(사진=건축사사무소 공유)

Q. 정기적으로 의자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의자전을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정기적인 전시가 진행된 것은 아니고, 이번 의자전에 앞서 지난 202212의자 개념을 주제로 선행 전시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실물 의자를 제작해 전시까지 이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의자 디자인의 계보에서 건축사들이 디자인한 의자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건축사는 건축물만 설계하는 직업적 영역에 머물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을 다양하게 해석하고 제안한다는 측면에서 의자와 같은 가구에 관심을 갖고 제안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전시를 진행하는 이유이자 동력입니다.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 아카이브 라운지에서 전시를 진행한 것도 의미를 더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Q. 이번 전시회의 타이틀은 생각을 앉힌 의자전입니다. 전시 주제와 출품된 여덟 작품이 각각 어떤 방식으로 연결됐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건축사의 직업적 기본 소임은 건축물 설계입니다. 건축사가 전문적인 가구 디자이너가 아닌 만큼, 이번 전시는 실용적이거나 디자인적인 접근보다 생각을 담아낸 의자로 전시 주제를 정했습니다. 주제 선정 과정에서 여러 차례 주제가 바뀐 측면도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결과적으로 주제를 해석한 전시라기보다는 각 건축사의 생각을 의자에 담아봤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전시에 참여한 여덟 명의 건축사의 작품을 보면 개념적으로 접근한 것, 재료적 측면에서 접근한 것, 행위적 측면에서 접근한 것, 구조적 측면에서 접근한 것 등 생각의 차이를 드러냅니다.

각기 다른 생각의 차이가 드러나지만, 결국 건축이라는 매듭으로 다시 연결됩니다. 각자가 추구하는 건축적 개념이 의자에 담기면서 여덟 개의 의자는 여덟 개의 건축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Q. 일상적 소재인 의자에 건축적 철학을 담아내는 등 의자의 가능성이 확장된 점이 인상적입니다. 일상적인 오브제를 통한 건축의 확장 가능성에 대해 논한다면?

건축은 삶의 공간을 만드는 과정인 만큼, 일상성에서 출발합니다. 나아가 인간의 공간이기에 철학적 의미가 더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의자는 가구 중에서도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운 가구입니다. 건축의 세 가지 요소(구조, 기능, )가 의자에도 조화롭게 담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미스 반 데어 로에의 바르셀로나 의자는 그의 건축을 함축하면서도 건축 공간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습니다. 의자와 조명처럼 건축과 분리된 것처럼 보이는 요소들도 사실은 건축의 중요한 요소로 체험될 수 있습니다.

거창한 철학을 더하기보다 오브제에 대한 관심을 통해 우리의 삶이 조금 더 섬세하고, 경험적이며 감각적으로 풍성해지는 확장 가능성을 이야기해 보고 싶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2회 의자전을 목표로 전시를 기획 중에 있습니다. 금년도에 디자인을 진행해 오는 2026년 초까지 전시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번에는 스툴(STOOL)과 소품을 대상으로 디자인을 진행해보려 합니다. 많은 기대와 응원을 바랍니다.

뜬 의자(Floating Lounge Chair) (사진=김성우 건축사)
뜬 의자(Floating Lounge Chair) (사진=김성우 건축사)

김성우 건축사는 이번 전시회에 뜬 의자’(Floating Lounge Chair)를 전시했다. 김 건축사는 공간에 띄워진 곡선의 판을 통해 의자의 기능을 넘어 공간에 새로운 감각을 부여했다. 의자는 부드러운 곡선을 통해 사람과 공간의 유연한 결합을 유도한다. 곡면 나무판은 간결한 공간을 구축하고, 투명한 측면 지지판은 구조적 개념이 소거된 여백을 담아냈다.

더불어, 의자를 구성하는 각 소재는 각각의 역할을 단순한 면으로 드러내며, 간단한 결구 방식으로 공간과 함께 결합돼 관람자를 공간 속으로 스며들게 한다. 이러한 단순함과 매끈함, 가벼움은 의자 그 자체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앉는 사람은 곡면의 공간 속을 유유히 부유한다. ‘뜬 의자는 우리를 새로운 사색의 공간으로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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