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 기준 불일치·과도한 요구 반복…건축 실무자들 부담 가중
인증 절차 복잡성과 심사 기관 권한 남용 문제도 지적
“장애인 인증 BF 인증 관련해 너무 답답해서 문의드립니다. 예비인증과 본인증을 따로 발주해 진행했음에도, 본인증 단계에서 또 다른 요구사항이 생깁니다. 예비인증에서 지적된 사항을 반영했는데도, 본인증 심사에서 새로운 지적이 나오고 추가 시공이 필요하다는 말만 반복됩니다.”
네이버 카페 ‘건축인 ONE ARCHITECT+'에 올라온 한 지자체 건축공무원의 호소다. 관급공사에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Free, 이하 BF) 인증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지만, 예비인증과 본인증 과정에서 과도한 요구와 일관성 없는 심사가 반복되면서 건축 실무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의 A 건축사는 “과도한 요구뿐만 아니라 인증 외 건축사항까지 간섭하는 경우가 많아 고소하고 싶을 정도”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건축관계자는 “장애인 인증센터 내부에서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권한이 막강한 만큼 직원들이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이미 갑질이 관례화된 일종의 카르텔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심사 기준 불일치, 예비·본인증 간 괴리
충청북도의 B 건축사는 BF 인증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로 ‘배점 기준의 불일치’를 꼽았다. B 건축사는 “예비인증과 본인증 심사 위원이 각각 달라서 앞 단계에서 인정된 사항이 다음 단계에서는 인정되지 않는 사례가 반복된다”며 “심사 담당자조차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결국 재시공이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전했다.
BF 인증은 장애인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로 도입됐으나, 실무에서는 오히려 건축설계 및 감리자에게 불합리한 추가 비용과 시간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인증 대행 용역업체의 현장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BF 도서대로 시공되는지 지속 검토하고 지도해야 하는데, 현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서 준공 후 추가 시공이 반복된다”고 하소연했다.
◆정부 위탁 기관의 과도한 권한과 책임 부족 지적도
서울 동작구의 C 건축사는 “BF 인증심사는 정부의 권한을 위탁받아 수행하는 기관이 담당하지만, 해당 기관이 과도한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심사 과정에서의 ▲일관성 부족 ▲과도한 추가 요구 ▲심사 기관의 독점적 운영 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결국 건축사들은 BF 인증을 피하려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제도 개선을 위해 건축관계자들은 정부와 인증 기관이 실무자의 의견을 반영하고, 심사 기준의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인증업계 관계자는 “BF 인증제도는 장애인과 보행 약자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보다는 부담만 가중시키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며 “제도의 원래 취지를 살리면서도 건축 실무자들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