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 실측설계, 건축사 자격 유지 필요
조경설계 도입 개정안, 신중한 검토 요구
국가유산 수리, 개별 분야 분리 시 품질 저하 우려
성급한 법 개정보다 협업 체계 구축 우선 필요
지난해 10월 11일 국회에 발의된 ‘국가유산수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관련해 한국건축역사학회는 성급한 법 개정에 반대하며, 현행 제도의 틀을 유지하면서 관련 분야 간 협의를 통한 합리적인 협업 체계를 구축할 것을 촉구했다.
학회는 성명서를 통해 “국가유산에 관한 모든 법제도는 유산가치의 보존과 창조적 계승을 위해 존재하며, 높은 수준의 역량을 가진 전문가들에 의해 다뤄지도록 제도화되어 있다”고 밝히며, “유산 수리에서 총괄적인 계획과 설계를 담당하는 실측설계 분야는 엄격한 자격 제도로 정의돼 있으며, 이는 국가유산의 수리가 엄밀한 기준과 책임을 갖고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함이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세계유산 관리에 있어서도 우리나라는 유산의 보수·복원 인력과 기술에 대해 현행과 같은 법제도적 엄격함을 유지함으로써 국제사회로부터 높은 수준의 신뢰를 받아 왔다”며, 국가유산 실측설계 자격 기준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건축사 자격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학회는 “국가유산 실측설계 자격에 건축사 자격을 요구하는 것은 오직 건축사만이 건축물 건축, 공작물 축조 설계의 자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이는 국가유산뿐만 아니라 모든 건축 행위에 대해 건축사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건축사 자격의 취득은 5년제 건축학교육프로그램 등 인증 받은 건축 전문 교육기관을 졸업하고 일정 기간의 실무 훈련을 거친 후,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어려운 과정을 필요로 하며, 자격을 취득한 건축사는 직능의 권리와 함께 품질과 안전에 대한 막중한 책임을 부여받는다”고 덧붙였다.
조경업계와 학계가 추진하는 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했다. 학회는 “조경업계와 학계는 조경설계라는 새로운 업역을 제도화해 국가유산의 수리에 적용하고자 하는 법률 개정안을 국회의원 발의를 통해 추진하고 있다”며 “각 분야의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는 명분과 업역의 확대라는 현실적 이유가 결합돼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아직 제도화돼 있지도 않은 자격 제도를 가장 엄밀한 수준을 요구하는 국가유산 수리에 바로 적용하는 것에는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국가유산 수리가 하나의 총체로 관리돼야 하며, 개별 분야로 분리될 경우 발생할 문제점도 언급했다. “하나의 총체로 정비·관리돼야 하는 국가유산을 건축, 조경 등 개별 분야로 분리해 업무를 수행토록 하는 것은 통합적 품질의 저하, 책임의 부재, 업역 간 협업 조율의 혼란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총체로서의 국가유산과 건조환경은 건축, 토목, 조경, 실내디자인 등 각 부분으로 명확하게 분리되지도 않으며, 수리 대상의 인위적인 분할은 총괄의 역할을 약화시킴으로써 유산 관리의 품질 저하를 불러올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학회는 “현행 제도의 틀을 우선 유지하면서, 국가유산 제도의 공동 목표를 위해 여러 관련된 분야가 함께 진지한 고민을 거쳐 합리적인 협업 체계를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며 성급한 법 개정보다는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