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가유산기본법과 근현대문화유산 보존 및 활용법이 도입됐다. 시대 변화와 미래 가치를 반영해 문화재의 재산적 가치보다 공동체의 유산으로서 가치 보존에 중점을 두는 법안이다. 1962년 문화재보호법 제정 이후 줄곧 지정 제도를 통해 문화재의 원형 보존 원칙을 준수해 온 것과는 사뭇 다른 방향성이다. 국가유산기본법 시행에 따라 국가 등록유산인 담장도 원형 보존에서 가치 보존으로 달라졌다. 하지만 담장은 다른 문화재와 고유한 가치 요소를 지닌 만큼, 각 담장의 가치 평가에 따라 보존 및 관리 방식에 차별화가 필요하다.
현재 등록된 국가 등록유산 담장은 전국에 걸쳐 17개소에 이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가유산청이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담장 대부분이 보수 과정에서 원래의 가치를 잃어버리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 이는 현행 보수 방식이 담장의 독특한 가치와 맥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수 방법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개선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국가 등록유산 담장은 담장이 지닌 ‘예술적 가치’와 ‘맥락적 가치’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예술적 가치는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정의에 따라 역사적 양식, 각 시대의 형태와 의장, 재료와 재질을 포함하며, 변형이나 수리 후 남겨진 부재와 당시의 흔적까지 포함해야 한다. 맥락적 가치는 국가유산 보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금전적 가치를 넘어 경제적 가치를 모두 포괄해야 한다.
담장마다의 가치 평가에 따라 보존 및 관리 방식에 차별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2006년 국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산청 단계마을 담장은 토석담이 주류를 이루며 전형적인 농촌 가옥들과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형성한다. 같은 해 지정된 고성 학동마을 담장은 마을 뒤의 수태산 줄기에서 채취한 두께 2∼5cm의 납작돌과 퇴적암 풍화토양인 황토를 이용해 돌담을 쌓아 다른 마을에서는 보기 어려운 형태를 갖추고 있다. 담장마다의 특징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획일화된 보존 및 관리 원칙은 국가 등록유산 담장의 변형과 소실을 초래한다. 정비 및 보수를 마친 산청 단계마을에서는 베트남산 보수 기와를 사용하면서 담장의 변형과 소실이 발생한 사례가 있다.
이제는 기존의 원형 보존 원칙을 넘어 시대 변화와 국내외 기준에 부합하는 가치 중심의 보존 방식을 도입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 유지 관리와 보존 수리를 위한 적절한 보수 및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담장이 가지는 특수한 가치를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문화재 맞춤형 정비와 보수를 위한 관심과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