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 윤후명

누가 죽으면서 바라본 것은
저 별빛이 아니라 사랑이었겠지
하지만 아니어서
오래전에 딱 한 번 흘낏 보았던
무엇인지도 몰라
언젠가 개승냥이 눈빛을 띤 채
새고기 한 점 얻어먹으려고
하늘 끝까지 갔었다더니
어찌어찌 살아왔었다더니
그것이 사랑인 줄 알았다더니

- 윤후명 시집 ‘쇠물닭의 책’ 중에서/ 서정시학/ 2012년

세상은 온통 알 수 없는 것 투성이다. 평생 무얼 만들며 살아온 장인들도, 연구에 매달려 온 학자들도 나중에는 한결같이 모른다는 고백이다. 사랑도 그렇다. 윤후명은 평생 시와 소설에 걸쳐 사랑이 무엇인지를 탐구했다. 그의 사랑은 때로는 “개승냥이 눈빛을 띤 채” 헐떡거리는 것이기도 했고, 종교적 숭고를 얻기도 했다.

어머니의 사랑처럼 자애롭다가 폭력적이기도 했다. 마지막 연에 “그것이 사랑인 줄 알았다더니”는 그것이 사랑이 아니었다는 걸 말해 주기도 하지만, 또 그게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 사랑이겠는가?란 자조처럼 들리기도 한다. ‘모든 것이 사랑이다’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지만 ‘모든 것이 사랑이었다’는 크게 끄덕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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