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교수(사진=이동흡 교수)
이동흡 교수(사진=이동흡 교수)

다사다난한 한 해가 저물면서 지나간 해를 되돌아보고 마무리하며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세밑이 쓸쓸하고 마음이 온통 허전하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갈등과 대립으로부터 나아지리라는 소망을 담고 을사년(乙巳年)의 풍성한 국운을 설계한다. 

필자는 2017년 3월부터 ‘목조건축 산책’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그간 건축에 까막눈인 나무쟁이가 2017년 3월부터 7년 9개월간 총 93회에 걸쳐 많이 몽중몽설(夢中夢說)을 했다. 이번 호로 마지막으로 그동안 횡설수설했던 칼럼을 마무리한다. 처음 글을 시작할 때 마음은 건축사들이 저의 칼럼을 커피 한 잔 마시듯이 가볍게 읽고 작은 공감으로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나무쟁이의 고질적 관조의 늪에 빠져있어서 건축사들의 공감을 끌어낼 글감을 발굴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그간 몇 차례 글 소재를 제때 못 찾아 필진에서 내려와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이럴 때마다 편집실을 통해 ‘목조건축 산책’은 건축사들에게 새로운 접근과 설계과정에서의 책임감을 제고한다는 격려가 다시 팬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또 일부 독자 중에는 칼럼을 별도 인쇄해서 이해 공무원 및 예비 목조건축주나 발주자의 이해를 촉구하는 자료로 활용하는 분도 계셔서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칼럼의 결실이라 하기에 낯간지럽지만, 가장 큰 수확은 지난 11월 28일 위성곤, 권영진 의원을 포함한 여야 국회의원 23인이 공동발의 한 「탄소중립 목조건축 활성화법」 제정안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되었다는 점이다. 현재 여야 대치 상황이 이어지면서 언제 법률안이 통과될지 불투명하나 이 법안은 건축 부문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혁신적이고 실효성이 큰 법안임에 틀림이 없다. 

이제 이 법안으로 우리 시민 사회는 건축 기술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 목조건축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를 맞고 있다. 티핑포인트는 어떠한 현상이 서서히 진행되다가 작은 요인으로 한순간 폭발하는 것을 말한다. 매스팀버를 그 시발점으로 건축의 틈새시장에서 주류 시장으로 점점 더 이동하고 있다. 건축의 판도를 크게 바뀌면서 의료, 과학, 기술 등 다양한 건축 유형으로 용도를 확대하고 있다.

이제 매스팀버 건축은 고유한 건축의 요구 사항을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을 서둘러서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매스팀버 건축의 노하우가 턱없이 부족하다. 국토교통부와 산림청은 매스팀버 건축이 진정으로 제공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 한계는 어디에 있는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현재 많은 기업은 공격적인 ESG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들이 고려해야 할 사항을 찾아 나서기 전에 체계화된 방법론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매스팀버를 건축법에서 채택하는 관할 구역이 매우 많고 복잡하게 얽혀있다. 건축 코드 설명이 명확해지면 기업은 코드 분석에 대한 초기 투자 없이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정부와 개발자의 관심, 그리고 더 많은 일반 건설업체가 이 기술에 익숙해지면서 매스팀버를 더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목조건축 산책’을 그만 썼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오기 전에 스스로 그만둘 수 있어서 다행으로 생각하며 이제 마지막 인사를 드립니다. 서운한 마음을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랭사인’의 가사 중에서 “어디 간들 잊으리오 두터운 우리 정/ 다시 만날 그날 위해 노래를 부르자/ 잘 가시오 잘 있으오 축배를 든 손에/ 석별의 정 잊지 못해 눈물도 흘리네”에 담아봅니다. 이것이 독자 여러분께 올리는 저의 석별의 인사입니다. 새해부터는 제 생각을 외부로 전달하는 것을 줄이고 내면을 채우는 일에 보다 충실해지고 싶습니다. 

끝까지 함께한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목조건축 산책’, 독자 여러분, 새해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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