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을 설계할 때 ‘국기의 게양·관리 및 선양에 관한 규정’에 따라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청사와 공항, 호텔 등의 대형 건물에는 국기 게양대를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 해당 건축물을 설계한 경험이 있는 건축사들은 국기 게양대의 설치 기준을 확인하고 이에 맞춰 설계 도면을 작성하며, 건축물에 국기가 게양된 모습을 살펴봤을 것이다. 또한, 현재는 매일 24시간 국기를 게양하는 것이 일반화됐으나, 과거에는 아침저녁으로 국기를 게양하고 강하할 때 발걸음을 멈추고 국기에 대한 예를 표했던 기억이 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수천 년 전부터 국기는 한 나라의 상징이자 국민들의 국가에 대한 일체감과 결속력을 다지는 도구였다. 영토를 확장하거나 전쟁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깃발에 자신들의 소속을 표기해 사용했다. 확장된 영토에는 해당 깃발을 세웠고, 패배한 쪽은 깃발을 빼앗기게 됐으며, 깃발을 지키는 사람이 이를 빼앗기면 마치 생명을 빼앗긴 것처럼 중요한 일이었다고 한다. 국기는 이러한 상징을 담아 만들어졌으며, 그 안에 국민의 권리와 자긍심을 담고 있다. 이러한 국기를 게양하는 게양대를 건축사들이 설계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주요 건축물에 국기 게양대를 설치하는 것은 애국선열의 희생을 기리고 기억하기 위함이다. 국기를 통해 국민의 일체감과 결속력을 다지고, 각종 행사에서는 국기에 예를 표하며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뜻을 기린다. 또한, 지자체나 단체의 기를 함께 게양하기도 한다. 건축사로서 국기 게양대를 설계에 포함시키는 것은 이러한 의미를 반영하기 위함이다.
최근의 정치적 상황들은 국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 또한, 나라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K-POP이라는 문화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한국의 영화, 문학, 음식이 사랑받는 것은 국가가 신체적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활동을 가능하게 하며, 적절한 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가의 존재와 우리가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고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는 계기가 됐다.
건축은 자본과 권력에 의해 많은 부분이 결정되며, 경기 흐름에 큰 영향을 받는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건축사들은 미래에 대한 걱정을 안고 있다. 한국의 정치가 옳은 방향으로 안정화되고 경기가 회복돼, 건축사의 업무가 늘어나고 대가 지급이 개선되어 더 나은 건축물을 설계할 기회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국가를 상징하는 국기를 바라보며, 국민으로서 그리고 건축사로서 더 큰 자부심을 갖고자 한다.
- 기자명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 입력 2024.12.1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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