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문제는 개인이 이뤄낼 수 있는 수준의 일이 아니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움직임이 반드시 필요하다.
상대가 이미 거대한 ‘갑’이기 때문이다.”

 

건축의 저작권 문제가 업계 내외에 공론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건축을 시설로만 보던 시각이 걷히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간 건축은 부동산 가치와 시설로서의 기능 위주로 평가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고, 이는 정치권과 제도권에서 성과 위주의 건축을 주도했던 것에 기인한 정도가 크다고 하겠다. 하지만 어디 그것만이 건축이라 할 수 있겠는가?

최근에 관 또는 건설 주도의 건축에 제동이 걸리면서 시장이 위축된 감은 있지만, 다행인 것은 건축이 시민들의 생각과 생활을 이해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우리의 문화를 담아낼 채비가 갖춰지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늦은 감이 있어 아쉬운 점도 있지만, 그래도 미래를 상상해 볼 수 있어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건축을 둘러싼 환경들이 제자리를 잡을 준비를 하는 와중에 한 가지 빠뜨리지 말 것을 지적해두고자 한다. 바로 ‘건축 저작권’이 그것인데, 건축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향후 관련 산업의 특성과 명맥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적 전제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없다면 건축설계가 그 의미와 가치를 잃게 되고, 지금도 많이 착각하는 엔지니어링설계와 구분이 없어지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건축에 관한 여러 가치와 함께 저작권 관련 환경이 제자리를 잡아야 그간의 기술적 한계를 넘어 인문학적 접근뿐 아니라 평론이 가능한 수준까지 건축이 자라날 것이다.

본인은 어두웠던 80년대에 대학생활을 했던 사람으로, 당시 한국영화의 상황을 관객의 입장에서 잘 지켜보았다.

하지만 현재의 한국영화는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당시 방화(邦畵)라 불리던 한국영화가 30년이 지난 현재, 소위 할리우드 영화들과 당당히 ‘맞짱’을 붙고 있지 않은가? 여러 가지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현재 한류의 움직임과 그들의 저작권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한국 건축도 이제 곧 영화처럼 눈부신 성장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거저 얻을 수는 없을 것이다. 여러 가지 해야 할 일들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저작권을 제대로 준비해야만 할 것이다. 법적 문제는 이미 완료돼 있다. 적용의 문제가 남아 있을 뿐이다.

각 개인이 준비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고 의미 있겠지만, 사실 저작권 문제는 개인이 이뤄낼 수 있는 수준의 일이 아니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움직임이 반드시 필요한 형편이다. 상대가 이미 거대한 ‘갑’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류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영화, 음악분야를 보면 산업화와 함께 저작권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양하게 얽히고 설켜 있지만 저작권에 관한 신탁조직이 그 중심에 있다.

이는 단순히 사업적으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저작에 관한 문화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나가고 사회적 저변을 확대하며, 아카이빙(archiving)의 중심이 되고 있다.

단편적으로 진행되던 저작의 문제가 구조적인 진행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조직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이 사업을 두고 주체가 될 수 있는 단체들이 서로 경쟁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서로 협력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대의를 위해 협력해서 저작권을 통한 건축의 권위를 바로 세워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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