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 건축사(사진=이주노 건축사)
이주노 건축사(사진=이주노 건축사)

2004년 강원도 인제 원통에서 군 생활하던 시절 위병소 보초를 서고 있는데, 부대에 목욕탕 공사를 한다고 강원도 내 한 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사가 자주 방문을 했다. 당시 군기가 잔뜩 들어있고, 허름한 군복차림이 불쌍해 보였는지 필자를 측은히 바라보던 그분의 모습이 기억이 난다. 세월이 20년이 흐른 지금, 그때는 생각지도 못한 그 건축사라는 직업이 내 직업이 되었고, 경기도에 사업장이 있는 나는 강원도를 포함 전라도, 경상도 부대로 출장을 가곤 한다.

KTX로 포항을 자주 가게 되니 언제부턴가 서울역에서 대구는 금방 가는 느낌이다. 업무차 다양한 부대를 방문하게 되면서 수많은 스타일의 위병소 근무자를 만나게 되지만 그때의 나처럼 군기가 들어 있는 군인들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처음 군부대 일을 입찰받았던 기억이 난다. 처음 하는 일인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설계감독관도 신입이었다. 나도 모르는데 질문하면 눈만 껌뻑거리고 "이거 안 해보셨냐"는 대답만 오곤 했다. 현재는 그와 비슷한 일을 꾸준히 하면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2021년 1월,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에 휩싸여 있을 때 개인사업자로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했다. 월급쟁이로서의 마지막 출근날, 근무하던 층에서 코로나 환자가 나와서 밀접 접촉자인 탓에 직장 동료들과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집 안방에 갇혀서 컴퓨터로 사무실 개업에 필요한 일들을 처리했던 기억이 난다. 사무소를 오픈하는 게 맞는가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당연히 할 생각으로 지난날을 살아왔기에 저지르고 수습하는 느낌으로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건축사사무소 개설자가 되면서 큰돈을 벌 기대로 도전하는 건축사는 소수일 거라 생각한다. 단지 본인이 직접 설계하고 감리하며 본인이 주인공이 되어 일하면서 삶의 궤적에 의미 있는 작업과 이름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을까 한다. 코로나가 끝나고 2022년 말부터 경기가 안 좋아지는가 싶더니 요즘은 불황의 한가운데 있다.

지역건축사회에 130분 정도 동료 선후배 건축사분들이 계신데 평균 연령이 65세 전후라는 말씀도 하시고 MZ세대라고 불릴 만한 나이대 분들은 거의 없다. 인구 감소가 전 세계적인 현상이고 종교 인구도 줄어서 교회도 절도 새 신자가 없어 고민이라고 한다. 앞으로 리모델링은 꾸준히 있겠지만 신축과 관련된 일거리가 많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막연히 통일되면 북한에서 기회가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도 해보지만, 요즘 남북관계를 보면 언감생심이라는 느낌이 드는 등 답답한 현실만 아른거린다.

또 다른 기회를 찾기 위해, 그 어느 때 보다 긍정의 힘을 믿으며 컴퓨터 앞에 앉아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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