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온 사건, 건축 저작권 철거 판결 첫 사례
창작성·독창성, 건축 저작물 인정의 핵심 조건
설계 계약서, 사용 범위·조건 명시로 분쟁 예방
전시권 보호, 건축 홍보와 권리 침해 예방 필수
2024 한국건축산업대전의 일환으로 지난 10월 17일 개최된 건축사 실무교육에서 대구대학교 최진원 법학부 교수가 ‘저작권의 이해 및 건축저작물 침해 사례’를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이번 강의는 최근 웨이브온 사건과 같은 저작권 분쟁 사례를 중심으로, 건축 저작물 보호의 핵심 쟁점과 건축사들이 계약 시 주의해야 할 사항을 실질적으로 다뤄 주목을 받았다.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웨이브온 카페(설계 곽희수 건축사·주.이뎀 건축사사무소)는 독창적인 설계로 주목받은 건축물로, 울산 북구에 유사한 건축물이 건축되면서 저작권 분쟁의 중심에 섰다. 법원은 웨이브온 카페의 설계 요소인 경사벽, 돌출된 공간, 중앙 통창 등 독창적인 디자인 요소가 실질적으로 복제됐음을 인정하며, 해당 건축물에 대해 철거 명령과 5000만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다만, 이 판결은 아직 1심 단계로, 한국에서 건축 저작물 보호를 위해 건축물 철거를 명령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향후 유사 사례에 중요한 법적 기준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교수는 강의에서 웨이브온 사건이 건축 저작물 보호의 중요한 전환점임을 강조하며, 건축물이 저작권 보호를 받기 위해 요구되는 조건과 이를 계약에 반영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건축물은 단순한 기능적 설계가 아닌 창작성과 독창성을 기반으로 할 때 저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웨이브온 사건에서는 실질적 유사성이 저작권 침해를 판단하는 주요 기준이 됐으며, 이 점은 특히 설계 단계에서 창작적 요소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로 작용한다. 그는 “아파트 평면도와 같이 실용적 목적이 강한 설계물은 창작성이 제한적일 수 있어 저작권 보호를 받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저작물성을 판단하는 기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축 저작권 보호를 위해 건축사들이 계약서 작성 시 유념해야 할 사항도 상세히 다뤄졌다. 최 교수는 “저작권은 원칙적으로 설계자에게 귀속되지만, 계약서에 이를 명시하지 않을 경우 분쟁 소지가 크다”며 “건축사들은 계약서에 저작물의 사용 범위와 조건을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저작권 양도와 관련된 조항을 추가할 경우에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설계 변경이나 계약 해제 상황에서도 동일성 유지권을 보장하기 위해, 계약서에 관련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동일성 유지권은 설계자의 창작 의도를 보호하며, 특히 건축물 변경이나 복원 시 설계자의 의도가 훼손되지 않도록 한다.
이번 강의에서는 전시권과 관련된 논의도 주목받았다. 건축물은 공개 및 복제 과정에서 전시권 침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계약 단계에서 이를 사전에 조정할 필요가 있다. 전시권은 건축사가 자신의 창작물을 홍보하거나 전시하는 데 중요한 권리이며, 이를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만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 그는 “전시권은 단순히 복제 권한이 아니라 건축물의 가치와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언급하며, “건축사가 이 부분에 대해 보다 적극 계약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 침해가 발생했을 경우의 대응 방안도 제시됐다. 저작권 침해 시 민사적으로는 손해배상 청구와 금지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형사적으로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부과될 수 있다. 최 교수는 “설계도서나 건축물이 무단으로 사용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건축사들은 자신의 창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신속한 법적 대응과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