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내 교체수요가 있는 휴대폰 등의 제품을 적응형 상품으로 개발하는 노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진=pixabay)
2~4년 내 교체수요가 있는 휴대폰 등의 제품을 적응형 상품으로 개발하는 노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진=pixabay)

“제품을 너무 튼튼하게 만들면 안 된다.”
이는 사업가들이 오랫동안 가지고 있는 통념 가운데 하나다. 고객들이 어느 정도 쓰고 나서 제품을 버려줘야 새 제품을 팔아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학계에서 이런 전략을 놀랍도록 지적으로 표현한 게 ‘계획적 노후화(planned obsolescence)’다.

그런데 이런 계획적 노후화에 대해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경영 사상가가 나왔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연구자 중 한 명인 비제이 고빈다라잔 다트머스대 석좌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계획적 노후화와 비교되는 ‘적응형 상품(adaptive products)’의 사업 잠재력을 설명하는 아티클을 HBR 최신호(2014년 11, 12월호)에 실었다. 적응형 제품이란 고객들의 진화하는 요구에 맞게 기능이나 서비스를 확장하는 제품을 뜻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고빈다라잔 교수는 ‘리틀 레드 웨건’이라는 어린이용 자동차를 제시했다. 1단계로 아이가 어릴 때 부모는 자동차를 완전히 통제합니다. 2단계로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나면 부모가 언제든지 아이의 운전에 끼어들 수 있습니다. 3단계로 아이가 자동차를 완전히 통제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제품을 만들면 아이의 성장 단계에 따라 제품을 갈아탈 필요 없이 오랜 시간 어린이용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적응형 상품은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주고 친환경적인 데다 고객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다양한 부가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도 있으며 지속적인 혁신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적응형 제품을 만드는 방향으로 전략을 과감하게 수정하기란 쉽지 않은 과제다. 예를 들어 휴대폰을 생산하는 업체라고 가정해 보자. 대부분 고객들은 2~4년 만에 새로 휴대폰을 구매하고 있다. 적응형 제품으로 전환하려면 모듈형태로 제품을 만들어 하드웨어를 새로 장착하거나 소프트웨어를 수시로 업데이트하는 기능을 갖춰야 한다. 이렇게 되면 고객은 5~10년 동안 같은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환경에는 좋겠지만 당장 기업 수익에 큰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고빈다라잔 교수는 그래서 적응형 제품의 수익 모델을 잘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프리미엄 가격을 부과하는 것이다. 적응형 제품이 훨씬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서 더 비싼 가격을 받는 전략이다.

이 외에도 업그레이드 비용을 청구하거나, 휴대폰의 경우 헤드폰이나 충전기, 이어폰 등의 보완 제품으로 매출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또 유지보수에 따른 요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 아예 제품 판매보다는 렌털 서비스로 돈을 벌 수도 있다. 즉, 기기는 공짜로 주고 월별 서비스에 따른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수익원을 창출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추가적으로 해당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멤버십 요금을 부과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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