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성배 건축사(사진=서문성배 건축사)
서문성배 건축사(사진=서문성배 건축사)

K-POP스타 로제의 ‘아파트’가 유튜브 조회수 1억 뷰를 넘어서며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노래가사 중 “Turn this APT. into a club”과 같은 가사가 있는데 이는 우리의 일상적인 아파트를 단순히 생활공간이 아닌 자유로운 소통과 교류의 공간으로 바꾸어 진정한 주변과의 교류를 바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90년 이후 출생자들 즉, MZ세대는 대부분 아파트에서 성장했을 것이고 그들에게 아파트는 주거의 공간이자, 성장의 터전이었고 추억이 가득한 공간이었기에 이런 노래가 나오게 된 배경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최근까지 지속됐던 아파트건설 열풍은 부동산 경기의 침체와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인해 다소 주춤하고 있고 많은 문제점들을 유발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적이며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는 도시콘텐츠들을 내재한 수많은 저층주거지들이 멸실되었고, 그 자리에 고층아파트들이 계획되거나 건설 중에 있다. 과거 골목길에서 다양한 커뮤니티 행태가 이루어졌던 추억과 기억은 온데간데없고 사업성 위주의 개발논리에 매몰되어 도시 공동체라는 소중한 자산이 사라져가는 현실을 우리는 직면하고 있다. 

최근 재건축 또는 신축되는 아파트 단지를 보면 하나같이 고층아파트 계획이 주를 이루며 지역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랜드마크 아파트이고, 최적의 미래 아파트에 투자하라며 열을 올려 홍보한다. 과연 탁 트인 전망과 조망권이 주민들 생활의 질 향상과 삶의 만족도, 행복감을 줄 수 있는 최적의 미래 아파트인지도 잘 모르겠으며, 최고의 주민 편의시설이 주민공동체 확립과 주변과의 자유로운 소통과 교류를 위한 최적의 조건인지도 의문이 든다.

최근 주거 트렌드는 주거공간에 대한 주관적인 가치관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실용적이고 쾌적한 공간을 통해 더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한다. 또한 커뮤니티 중심의 생활공간과 주민공동체를 강화하는 공간 구성이 주거계획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로서 자리 잡고 있다.

올해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일본의 야마모토 리켄이 설계한 판교하우징을 주목하고 싶다. 각 세대의 출입부가 통유리로 구성되어 마치 ‘어항 같다’며 혹평을 받으며 미분양 사태까지 겪었지만 지금은 거주민간의 자연스러운 교류가 장려되고 마당을 공유하며 공동체적인 삶의 가치를 부각한 성공적인 주거형태로 호평받고 있다. 그는 “공간이 공유되지 않으면 커뮤니티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라며 공동주택을 공동체 개념을 추구하는 사회적 건축이라 인식하였다.

로제의 ‘아파트’와 공감하는 아파트는 다양한 이벤트 공간이면서 소통과 교류의 공동체공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갈수록 ‘혼자’ 하는 게 보편화된 디지털 상의 교류보다는 실제로 감정적인 교류를 통한 공동체적인 접촉의 빈도를 늘릴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출산, 고령화, 인구감소 등 당면하는 사회문제를 건축사들이 해결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러한 문제점들의 기본전제가 되는 공동체 회복의 철학은 건축에 심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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