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 서울 한성백제박물관서 시상식 열려
빛과 하늘 등 생동감 가득한 소재 투영한 건축물들 수상 영예
개방성과 공공성을 주제로 한 ‘시립장지하나어린이집’이 2024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민간 분야에서는 건축물이 크고 작은 군집을 이루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POLE’ 공장이, 주택 분야에서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풍경을 활용한 ‘화조풍월’이 각각 대상(대통령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 작품들은 각각 놀이터가 된 마당, 나무, 산을 활용해 건축과 환경의 지속 가능성을 표현했다.
국토교통부는 10월 30일 서울 한성백제박물관에서 ‘2024 한국건축문화대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토교통부 진현환 제1차관, 대한건축사협회 안충환 상근부회장, 유준호 2024 한국건축문화대상 운영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시상식은 서울경제신문 손동영 사장의 개회사로 시작됐으며, 국토교통부 진현환 제1차관은 “건축은 삶의 터전을 만드는 예술이자 중요한 자산”이라며 “한국건축문화대상은 이러한 본질적 가치를 기리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마련됐으며 창의적인 노력이 돋보이는 수상작들을 통해 문화와 예술의 영역을 확장하고 도시 경관과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있다. 국토부는 앞으로도 다양한 문화 속에서 건축이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고, 사람 중심의 건축 도시 공간 조성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권영걸 위원장을 대신해 참석한 김종헌 위원의 축사도 이어졌다. 김종헌 위원은 “한국건축문화대상은 건축계의 자부심이자 국내 건축을 널리 알리는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며 “특히 수상작들은 감동을 주고 삶을 풍요롭게 하며, 건축의 고유한 가치를 되새겨주고 있어, 오늘 이 자리가 건축계의 노력과 헌신을 깨닫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건축사협회 안충환 상근부회장은 “33주년을 맞이한 우리나라 최고 권위의 한국건축문화대상은 우수 건축물을 발굴하고 시상해 우리 고유의 건축문화 발전에 이바지해왔다”며 “건축은 공동체의 역할을 강조하는 한편, 물리적 공간을 넘어 소통의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건축문화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대한건축사협회도 기반을 다지고 이정표를 제시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시상식 개최를 축하했다.
안충환 대한건축사협회 상근부회장의 축사 이후 인의식 심사위원장의 심사 경과 보고가 이어졌다. 인의식 위원장은 경과 보고 과정에서 한국건축문화대상의 현주소와 미래 가치 제고를 위한 제언을 아끼지 않았다.
심사 경과 보고 후 본격적인 시상이 진행됐으며, 대통령상인 대상, 총리상인 본상, 국토교통부장관상, 대한건축사협회장상 등이 차례대로 수여됐다. 기념 촬영과 폐회 선언을 끝으로 이날의 일정은 모두 마무리됐다.
<인의식 심사위원장 인터뷰>
“친환경과 지속 가능성 고민 깊었던 작품들이 트렌드 형성”
인의식 심사위원장은 2024 한국건축문화대상 시상식에서 심사 경과 보고를 통해 수상작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나타냈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공공건축 분야의 설계공모 제도 문제 개선, 설계 의도 구현의 중요성 등 다양한 문제를 지적하며, 국내 건축문화의 발전과 이를 위한 한국건축문화대상의 과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시상식 후 그를 만나 심사 과정에서 느낀 소회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Q. 올해 한국건축문화대상 수상작 선정을 위한 평가원칙·지표 등 평가기준은 무엇이며, 부문별 수상작들의 주요 트렌드에 대해서도 소개를 부탁합니다.
모든 작품은 건축사들의 깊은 고민이 축적된 결과물입니다. 건축물의 용도와 규모, 디자인 관점이 서로 다른 작품을 평가하고 순위를 정하는 것은 항상 어려운 과제입니다. 심사에 앞서 몇 가지 평가 기준을 설정해 심사를 진행했습니다. 첫째, 건축사의 관점과 설계 의도가 명확하며 이것이 끝까지 완성도 있게 실현됐는가. 둘째, 작품의 개념이 보편적 가치를 담고 주변으로 확장이 가능한가. 끝으로, 사회적, 환경적 지속 가능성과 지역 사회에 긍정적이며 실질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가와 같은 기준을 바탕으로 작품을 선정했습니다.
올해 작품의 트렌드는 친환경과 지속 가능성을 강조한 디자인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특히, 사회공공 부문 대통령상 수상작인 시립장지하나어린이집은 놀이와 학습이 공존하며 다양한 가변성을 지닌 공간 계획이 돋보였습니다. 민간 부문 국무총리상 수상작인 최양업 신부 탄생기념 경당은 주인공의 삶을 공간에 담아 과거의 시간을 소환하며 오감을 체험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건축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Q. 심사를 하면서 아쉬운 점이나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이번 심사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모든 건축의 모범이자 상징적 가치를 지닌 공공건축의 결과물이 초기 디자인과 크게 달랐다는 점입니다. 최저가 입찰제로 인해 건축 경험과 기술력이 부족한 시공 업체가 선정되면서 아쉬운 마무리가 나타났습니다. 이는 건축사의 설계 의도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며, 설계자의 디자인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감독 관청의 한계를 드러내는 총체적 문제로도 여겨집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선진국의 사례를 분석해 개선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Q. 한국건축문화대상이 과거와 달리 수상범위가 축소돼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우수한 작품이 당대에 많이 생산됨에도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못하는 아쉬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건축문화대상은 건축사들에게 가장 영광스러운 상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1차 심사에 선정된 작품에 우수상이 수여됐지만, 이번에는 없어져 모든 심사위원이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현장 답사를 위해 1차로 선정된 작품들은 우수한 작품으로 발탁된 것이며, 이들 작품에 수상의 영광을 부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됩니다. 출품 작품이 항상 많은 민간건축 부문에서는 가능하다면 2~3개의 우수상이 추가되면 좋겠습니다.
Q. 예년에 비해 한국건축문화대상에 출품되는 작품 수가 줄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건축문화대상에 참여하려는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한국건축문화대상 수상은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건축사들에게 큰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는 계기입니다. 수상의 폭을 넓혀 더 많은 건축사들에게 수상의 기회를 제공한다면, 보다 적극적인 출품이 이뤄질 것이며, 이는 한국 건축문화 발전의 모멘텀이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