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교육시설, 노후화·학령인구 감소의 도전 직면
과거 일자형 건물 배치, 오늘날 교육 목표에 부합하지 않아
유연한 학습 공간으로의 전환 필요
2021년 그린스마트스쿨로 디지털·친환경 공간 제공
2022년 교육시설법 개정으로 사전기획 법제화 확립
이병호 본부장 “학교 시설 단순 통제서 벗어나 유연한 학습 공간으로 전환해야”
한국교육시설안전원의 이병호 본부장(건축사)은 지난 10월 16일 한국건축산업대전에서 열린 건축사 실무교육에서 ‘사전기획'의 중요성과 그 실질적 활용 방안에 대해 강연했다. 이번 강연의 주제는 ‘미래 교육 환경을 설계하다, 교육시설 사전기획으로 건축사의 전문성을 확장하다'로, 대한건축사신문은 저작권 이해와 건축 저작물 침해 사례 안내와 함께 강연 내용을 순차적으로 보도한다.
이병호 본부장은 “교육시설 사전기획은 단순히 공간을 설계하는 것을 넘어, 미래 교육 환경을 조성하고 건축사의 전문성을 확장하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설명하며, 사전기획이 학생들의 학습 경험을 풍부하게 하고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초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사전기획은 학교의 교육과정을 담아내기 위한 필수 단계로, 건축사는 이를 통해 공간 설계에 앞서 학습 환경의 최적화를 위한 방향을 명확히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교육시설 사전기획은 2022년 개정된 교육시설법(교육시설 등의 안전 및 유지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명시돼 있으며, 제2조에 따르면 교육시설 사전기획은 교육시설의 설계 전에 지역사회와의 연계 가능성, 발주 방식 검토, 교육과정 운영 및 교수·학습 방식에 따른 공간 구성, 사용자 참여를 통한 디자인 계획, 안전과 에너지 효율화 등을 포함한 사전전략 수립으로 정의된다. 또한, 교육시설법 제6조의2와 교육시설의 사전기획 등 업무수행 지침 제4조는 교육과정을 효과적으로 반영한 공간 설계를 위해 사전기획을 통한 기준과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이 법적 근거는 교육의 방향성에 맞춘 공간 구성을 통해 학습자 중심의 환경을 제공하고, 교육의 목적과 수요에 부합하는 유연한 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체계를 제공한다. 이 본부장은 “사전기획은 건축사가 반드시 숙지하고 반영해야 할 단계로, 설계자는 이를 통해 공간에 담길 교육적 가치를 파악하고 설계 지침을 마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의 교육시설은 노후화와 학령인구 감소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 본부장은 과거의 일률적인 일자형 건물 배치는 효율적인 통제와 관리에는 적합했으나, 오늘날의 교육 목표에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의 일자형 건물 구조는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학습 주도성을 반영하기 어렵고, 과거의 주입식 교육에 적합했던 공간 배치”라며 “미래 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부터 정부는 ‘공간혁신사업’을 시작해 사용자 참여를 기반으로 혁신적인 공간 계획을 도입했다. 이어 2021년에는 그린스마트스쿨 정책을 통해 디지털 및 친환경 요소를 고려한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미래 교육 체제로의 전환을 도모했고, 2022년 교육시설법 개정을 통해 사전기획을 법제화함으로써 그 중요성을 명확히 했다. 특히 2024년에는 사전기획이 보다 구체적이고 내실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사전기획 지침 개정이 예정돼 있다.
이 본부장은 사전기획의 주요 업무 과정을 크게 네 단계로 구분해 설명했다. 첫 번째 단계는 사업계획 수립으로, 프로젝트의 기본 계획 및 실행 계획 수립, 대상 학교 선정과 의견 수렴을 통해 학생, 교사, 학부모 등 다양한 의견을 반영한다. 사용자 참여와 중점 방향을 설정하는 두 번째 단계에서는 학교 운영자와 교직원, 학생의 참여를 바탕으로 공간 사용의 목적과 용도를 구체화한다. 세 번째 단계인 설계 단계에서는 사전기획에서 수립한 지침에 따라 설계를 진행하며, 교육적 요구 사항을 구체적으로 반영한다. 마지막으로 공사 및 시공 단계에서 사전기획의 내용을 반영해 학생 중심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교육 공간을 완성한다.
사전기획 성공사례
경남용남고, 진로 탐색 공간·유연한 도서관 조성으로 학생 수 27% 증가
운림중, 독서중심 학습 공간·가변적 소그룹 공간 제공해 학습 환경 개선
사전기획을 통한 긍정적인 변화 사례로 경남용남고등학교와 운림중학교가 있다. 경남용남고는 진로 탐색을 위한 테라스와 다양한 학습 공간을 지원하는 유연한 도서관을 조성해 학생 수가 약 27% 증가했다. 운림중학교는 독서중심 교육을 위한 학습 공간과 가변적 소그룹 토의 공간을 제공해 학습 환경의 질적 향상에 기여했다. 이러한 사례는 사전기획이 단순한 공간 배치를 넘어, 교육의 방향성과 환경을 일치시켜 학생들이 학습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효과를 보여준다.
오늘날 교육 환경의 디지털화와 스마트 학습 기기의 보급은 기존 학습 방식과 공간의 재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병호 본부장은 “사전기획을 통해 학교 시설이 단순히 통제와 관리 중심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학습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유연한 공간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디지털 학습 기기 사용의 증가에 따른 기술적 지원은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사전기획과 관련된 보다 구체적인 자료와 정보는 한국교육시설안전원의 학교공간재구조화 누리집(www.schoolredesign.kr)에서 제공된다. 해당 누리집에서는 학교 공간의 혁신적 재구조화 사례와 주요 자료들을 제공하며, 미래 교육 환경 구축을 위한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