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에 아주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다. 단순히 노벨문학상의 수상을 넘어 세계의 시선도 한강 작가의 수상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우리나라 문학계와 그와 관련된 분야들까지 어려운 시기에 호황을 맞은 분위기를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보고 있다. 국민으로서 또 건축인으로서 축하드린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우리 건축계는 어떻게 가고 있는지 되짚어 보지 않을 수 없다. 만나는 선후배 건축사들의 이야기는 IMF때 보다, 금융 위기때 보다 더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문제는 당장 오늘만의 걱정이 아닌 내일이, 다음 달이, 그리고 내년이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이라는데 있다.
항상 국내외 경제 상황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건축계, 우리 스스로가 어려운 시기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은 단순히 이 시간들이 지나가길 바라며 힘겹게 이겨내는 것밖에 없다. 이런 일들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지나가고 있는 듯하다. 과거에는 상하향곡선의 주기가 길었다면 앞으로는 이러한 주기가 짧아질 것 같은 어두운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금 어려운 시기를 극복한다고 해도 언제 다시 어려워질지 마음속의 걱정과 긴장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경제상황이 다시 훈풍이 불어 그 분위기가 건축계에도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대학교 시절 나에게 건축이라는 학문의 매력은 다른 학과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T자를 들고 화통을 둘러메고 캠퍼스를 다니며 낭만을 품었고, 건축거장들의 작품을 보며, 그들의 가치관을 배웠고, 그 가치관에 의해 만들어진 건축물의 모습들을 익히고 들었다.
거장들의 작품은 지금 봐도 감동과 전율을 준다. 정말이지 그때는 건축학문이 인생의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나 스스로에게 그때의 열정과 로망이 남아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설계전반의 프로세스에서 닥치는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점들을 온 지식과 지혜를 동원해 해결하지만, 그 과정에서 회의감과 후회도 밀려오기 때문이다.
이제는 협회 의무가입으로 건축사들의 조직력도 단단해졌으며, 대외적인 영향력도 생겼으니 건축사 개개인의 지혜에 더해 협회의 직·간접적인 서포트가 필요해질 시기이다. 협회는 더 다양하고, 진지하며 세밀하게 건축사들의 삶에 집중해 건축사들의 집단이 대내외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또한 지금의 환경에서도 조금 더 수월하면서 투명하게 생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주기를 바란다. 지금 우리나라에 부는 한강 신드롬처럼 건축계에도 조만간 건축인들뿐만 아니라 관련된 모든 직종에 도움이 될만한 훈풍이 불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