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업무가 현저히 줄어든 것을 모든 회원들이 체감하고 있다. 허가 건수와 사용 승인 건수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각 지자체별 통계 자료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도 어렵지만, 더욱 문제로 느껴지는 것은 수주를 위한 과도한 경쟁이 점점 과열되고 있다는 것이다.

매우 낮은 설계 대가를 제시하는 경우는 과거에도 있었으나, 이제는 더 낮은 가격에라도 설계를 수주하려고 하고, 어렵게 만들어진 감리 대가 산정 기준도 무너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점점 자주 들린다. 허가 건수가 줄어든 만큼 대가 산정이 정상화되고 설계 도서를 충실히 작성하도록 한다면, 체감하는 경기가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기에 협회는 민간 설계 대가 기준에 대한 입법 발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악용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건축 설계 업무를 중개하는 사이트들이 수수료를 받고 건축주와 건축사를 연결해 주며 광고하는데, 선량한 건축사들은 턱없이 부족한 금액에도 불구하고 수십 대 일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설계 공모를 빗대어 민간에서도 경쟁이 벌어지지만, 공공 건축물의 설계 공모와는 다른 조건들을 보면 문제점이 많다. 건축주가 희망 설계비를 기입하고 이를 기준으로 건축사가 제안하는 방식이며, 적절한 시점에 비용이 보장되는지도 불분명하다.

여기에 필요한 건축사 업무는 건축사 상담 혹은 기획 업무 단계, 더 나아가 계획 설계 단계의 일들인데, 이에 대한 대가가 보장되지 못하고 공짜로 설계안을 비교해 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지게 만드는 것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과거 대한건축사협회에서는 ‘상담과 계획 설계는 건축 설계의 첫 단계 - 정당한 대가 지불을 필수입니다’라는 포스터를 만들고 캠페인을 진행했으며, 서울특별시건축사회에서는 ‘건축 상담과 기획 설계는 유료입니다’라는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캠페인은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것이지만, 인터넷상에서 건축 설계를 중개하는 사이트가 이러한 방식을 사용하는 것은 사회 전반적으로 잘못된 풍토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협회가 추구하는 방향에 역행하는 것이다.

의식주 중에서 건축을 다른 분야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옷을 입어보고 사지 않을 수 있고, 마트의 시식 코너에서 조금 맛보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건축은 달라야 한다. 하나의 대지와 건축물을 위해 건축사가 특별한 상담과 기획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다. 어려운 시기에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이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모든 회원이 이를 바로 알고 노력해 주신다면, 이것이 문화로 자리 잡아 건축사와 건축사 업무가 더욱 존중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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