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훈 건축사(사진=김경훈 건축사)
김경훈 건축사(사진=김경훈 건축사)

아침에 눈을 뜬다. 천장이 보인다. 해가 떴음을 알고 창가를 본다. 햇빛이 얼마나 들어오는지 보며 몇 시쯤 됐을까 생각한다.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 문을 열고 거울을 보며 세수하고 이를 닦는다. 거실로 나와 블라인드를 열어 창밖을 본다. 작은 숲과 나무사이 햇살이 기분 좋은 아침이다.

나의 하루의 시작은 이렇다. 이 글 속에 표현된 천장, 창가, 침대, 문, 거울, 거실, 블라인드, 숲, 햇살 등은 모두 건축사가 설계하면서 생각하고 고려하는 대상이자 내가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정리해서 도면으로 표현해야 할 구성요소들이다. 이 모든 것이 제대로 되어가고 있는지 현장에 가서 살펴보고 협의하고 결정하는 일도 건축사로서 중요한 업무이다.  

아침에 눈 뜨면서 시작한 하루 일상은 ‘건축’으로 가득하고 잠들기 전까지 이어진다. ‘건축’은 이러한 요소들이 모여져 형성되는 공간이나 형태, 장소, 도시가 되어 우리의 일상 환경이 되지만 그 중요성과 가치는 별로 의식되지 않는다. 마치 공기처럼 매 순간 들이마시고 내뱉지만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필자는 ‘건물’과 ‘건축’을 구분하는 N.펩스너의 생각보다, 모든 건물이 곧 건축이라고 생각하는 미국 건축/도시 비평가 골드버그의 생각에 동의한다. 건축사는 우리를 둘러싼 ‘공기와 같은 건축’을 고민하고 생산하는 주체의 일원이다.

그 자부심은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는 숲이나 나무 같은 존재로서의 자부심이라고 필자는 생각하고 이로 만족한다. 공기와 같이 존재하는 건축을 설계한다는 것은 몇 가지 어려움을 마주한다. 첫째, 건축은 영향력이 너무 커서 한 시대의 문화를 형성하고 대를 이어 영향을 미치지만, 그만큼 권력의 도구가 되고 자본주의에서는 부동산의 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상황이다. 두 번째는 어떤 식으로든 눈에 띄어(시각적 결과물) 포토존의 배경이 되거나 여러 건축잡지에서 다루어지고 상을 받기도 하는 건축물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성이다. 

2020년 기준 우리나 전체 건축물 727만 동 중 1000㎡이하 건축물이 92.9%이고, 그 대다수는 열악한 건축설계환경과 시공과정을 거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한다(국건위, 뉴스레터 VOL.27/OCT 2021, 기획기사). 이는 ‘공기와 같은 건축’ 환경의 우리 현실을 보여준다. 우리 삶의 질을 결정짓는 건축의 중요도는 시각적 아름다움이나, 부동산 가치보다 더 무겁다. 너무 익숙하고 자연스러워 그 소중함과 가치를 의식하지 않는 상황이지만, 묵묵히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건축주의 감사의 말보다 필자가 설계하고 감리한 건축물이 누군가의 삶에 공기와 같은 건축이 되어 그 삶이 호흡하는 신선한 공기와 같은 건축이 되는 것을 본다는 것은 무엇보다 소중한 보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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