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건축계 이슈 중 하나는 단연 민간 업무의 대가기준 정상화라 보인다. 의무가입 이후 협회가 가장 최우선 과제로 꼽은 사안인 만큼 연일 건축사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고 주제는 다르지만 여러 건축사들이 대가 산정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필자 또한 사무소를 운영하며 설계비 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로 인해 일을 수주하지 못했던 씁쓸한 경험이 많이 있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22대 국회에 건축사 업무대가 정상화 등 건축 현안들이 전달되었다고 하니 귀추가 주목된다.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한 지 어느덧 5년 차에 접어들고 있다.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급격히 나빠진 건설경기와 전 직장에서의 구조조정, 그해 건축사의 합격과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사무소 개소의 길로 들어섰다.
개소 시기부터 지금까지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도 크지는 않지만 소규모 프로젝트들이 간간이 들어오고 있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감사함에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하지만 야근을 밥 먹듯 진행하는 업무와는 상반되게 사무소 곳간은 점점 비어 가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건축사들이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정착시키고, 이를 위해 민간대가 기준 마련을 조속히 실현시키겠다는 대한건축사협회 김재록 회장 취임식 기사가 떠오른다.
불확실한 세계 경제 상황과 강도 높은 대출 규제, 다양한 요인들로 민간 업무가 많이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지금 우리의 어려움을 만든 건 줄어든 업무의 양적 수주 보다 민간대가 기준의 부재로 인해 턱 없이 낮은 우리의 대가가 아닌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무소 운영 초기 친한 건축사 친구와 식사 자리에서 설전을 벌인 적이 있다.
대화의 주제는 ‘설계비 평당 10만 원’. 누가 정했는지, 산정 기준도 모르는 오래전부터 자리 잡은 설계비 산정 방식이다. 경제가치는 달라졌고 갈수록 강화되는 법과 규제들에 해야 할 업무는 늘어나는데 반해 설계비는 제자리다. 각자 사무소마다 설계비 산정 방식이 있겠지만 이제 막 시작한 신진건축사 입장에서는 주변 시세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친구는 평당 10만 원도 과하다고 하니 할 말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 사무소 운영에 경험이 쌓이고 다른 건축사사무소에서 설계한 현장에 감리 업무를 하면서 그 친구가 이야기했던 설계비가 어느 정도 수긍이 되었다.
‘받은 만큼 일하면 된다’는 예전 어떤 건축사분이 우스갯소리로 말씀하신 게 생각이 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해마다 건축사사무소는 늘어나고 있고 그에 따른 과당경쟁으로 지금의 건축시장은 제 살 깎아먹기를 하고 있다. 일의 수주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지만 정당한 대가를 받고 그에 따른 질 높은 건축서비스 제공을 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지 않을까. 그러면 소비자 입장에서도 건축물의 가치를 저가 설계비로 가기 위한 흥정의 대상이 아닌 품질의 가치로 이해하고 건축사사무소를 선택할 수 있을 텐데...
물론 이러한 대가기준 정상화를 위한 전제조건은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함께 우리 건축사 스스로가 전문성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